기자는 거제도에서 태어나고 20년 간 자랐다. 아버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정규직 근로자로 30년을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고 2019년 정년 퇴직했다.
아버지는 늘 "배는 하청업체 동료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진한 동료애이면서도 하청업체를 다니는 아버지를 둔 내 친구들을 내가 혹시 괄시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기도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다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조금 더 어려운 일들을 했을 뿐이다.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했다.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의 갑판을 용접해야 하는 이들은 서로를 걱정하며 일했다. 커다란 얼음을 가져와 그 자리에서 깨서 옷 속에 넣고 일했다. 너무 높아 보기만 해도 아찔한 크레인에서 작업하거나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졸다가 추락하는 일을 막기 위해 컨디션회복제를 수시로 복용한다. 몸속에 부적을 넣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기에, 출근길에는 항상 "조심해", "무리하지마"라는 인사가 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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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한 달 이상 점거한 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임금의 원상회복"이다. 최근 회사가 수주 실적을 회복했고 조선업도 다시 활기를 되찾은 점을 근거로 든다. 임금은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일한 대가다. 그들의 외침은 코로나19 사태 때 숨죽이고 참아왔던 울분의 폭발로 돌아봐야 한다.
지금도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다. 대우조선해양이 발간한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재해자 수는 206명이었다. 점거는 불법이더라도 충분히 논의해 봐야 하는 여지는 있다. 결국 대화로 풀어야 한다. 정치싸움으로 몰고 가서도 안될 것이다. 금속노조 등 노동계가 이를 빌미로 극단적인 상황을 조장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띄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허투루 넘겨선 안된다. 정부도 비극을 막기 위해 공권력 투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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