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티' 삼성전기 FC-BGA 공장 가보니…미세 홀 도금, 총성없는 '수율전쟁'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르포
FC-BGA,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
삼성전기 "하반기 '서버용' 양산"
日 이비덴·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과 경쟁
"年평균 10% 성장 산업…'세계 3강' 목표"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전기가 아니라 도금액으로 만든 초박형 구리 시드에 전기 통로 구멍(비아·Via)를 숭숭 뚫고 길 따라 (구리 시드를) 채워나간다. 도금을 쌓아 놓고 필요 없는 걸 깎는 게 아니라 도금 과정에서 (구리 시드가) 빡빡하게 엉겨붙도록 만든다."
지난 14일 찾은 삼성전기 삼성전기 close 증권정보 009150 KOSPI 현재가 1,010,000 전일대비 14,000 등락률 -1.37% 거래량 1,329,154 전일가 1,024,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7000 넘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폭등…코스피 8000 시대 열렸다 부산사업장 FC-BGA동은 기자단에게 설명을 하는 직원 목소리 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길이 1m는 족히 돼 보이는 공정 기계로 꽉 들어찬 사업장 곳곳엔 레이저와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들리지 않는 총성'은 고가의 기기들을 통해 끊임없이 펼쳐졌다. 높이 2~3m가량 돼 보이는 기기 앞 모니터를 보고 직원이 레이저 빔을 쏘는가 하면 컴퓨터 마우스 비슷한 부품으로 공정을 조정한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제조 라인에서 들은 수많은 공정 설명은 '디테일'로 가득차 있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없어서 못 판다"는 고부가 FC-BGA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만든다. 2004년부터 세계 최초로 가장 얇은 두께인 130um(마이크로미터·1um=1000분의 1mm) 이하의 FC-BGA 기판을 양산해온 삼성전기의 주요 기지다. 100um이 A4용지 두께 수준이다. 그만큼 얇다.
FC-BGA는 서버, PC, 네트워크, 자동차 등 '안 끼는 곳이 없는' 반도체 기판이다. 패키지 기판은 반도체와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부품이다. 반도체 칩이 뇌라면 기판은 뼈, 신경, 혈관이다.
기판 사이즈 등 다양한 고객 요구가 쏟아진다. 맞춤형 제작 능력 없이는 고객의 인정을 받을 리 만무하다. 메인 기판 회로(길)는 반도체 칩보다 크다. 반도체 칩의 단자 사이 간격은 100um, 메인 기판 단자 사이 간격은 약 350um다.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이어주는 부품이 없으면 안 된다. 패키지 기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기는 이 FC-BGA 기판 사업에서 일본 이비덴, 신코덴키와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LG이노텍 LG이노텍 close 증권정보 011070 KOSPI 현재가 732,000 전일대비 28,000 등락률 -3.68% 거래량 403,497 전일가 760,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CEO 만나 피지컬 AI 협력 논의 최대 4배 투자금으로 기회 살려볼까? 금리는 연 5%대로 부담 없이 연 5%대 금리로 투자금을 4배까지? 개별종목, ETF 모두 매입 가능 도 지난 2월부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FC-BGA 기판은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하반기부터 국내 최초 서버용 FC-BGA를 양산한다. 서버, 네트워크, 전장 등에 걸쳐 '세계 3강'에 드는 게 삼성전기의 목표다.
삼성전기의 시선은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FC-BGA를 향한다. 서버용 FC-BGA 기판은 PC용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넓고 층수는 2배 이상 많다. 갈수록 기판은 커지고 기판 하나당 되도록 많은 층을 쌓아야 한다. 고밀도 정밀 공정 능력에 대한 고객사 신뢰 확보가 필수다. 불량품을 줄이고 양품을 늘리는 '수율 관리'가 중요해진다.
때문에 '미세 가공', '미세 회로 구현' 기술력을 갖추는 게 필수다. 전자 기기 성능을 높이려면 한정된 기판안에 많은 회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면으로도 부족해 4, 6, 8, 10층 등 여러 층으로 만들어야 하고 층 간 회로 연결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회로 연결을 하기 위해 구멍을 뚫어 전기가 흐르도록 도금 과정을 거친다. 각 층을 연결하는 구멍인 비아는 통상 80um 면적 안에 50um 수준으로 오차 없이 정확히 뚫는다. 비아는 전기가 흐르는 통로다.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의 1/10인 10um 수준의 비아를 만들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회로 두께만큼 도금을 한 뒤 남는 부분을 코팅한 다음 화학 작용(에칭)을 통해 필요한 회로만 형성하는 게 주요 공정이다.
삼성전기 FC-BGA 기판의 핵심은 비아에 최대한 많은 구리 시드를 엉겨붙도록 ABF(절연체 겸 접착제, 아지노모토 빌드 업 필름)로 딱 붙여놓은 뒤 도금을 층층이 채워가는 미세회로제조공법(SAP)에 있었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완성 후 양품-불량품 검사 과정까지 총 21개의 공정 과정이 있는데 프로세스 내내 이 공정이 쓰인다. '가공→도금→홀 채우기(비아를 시드로 채움)→탠팅→에칭액바르기→드라이필름 제거'에 이르는 일련에 과정에 적용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기판 내 회로층을 쌓아올린다. ABF로 시드를 고정시키는 건 물론이다. 섭씨 183℃ 경화 작업을 거쳐 자재를 굳힌 뒤 레이저로 방온을 한다. 회로를 형성할 때 생기는 드라이필름을 날리고 그 부분에 도금을 해가며 시드를 꽉꽉 채운다. 부품을 보호하는 솔더 레지스트(기판용 보호 필름)을 바르고 칩 하나하나를 도금해간다. 그렇게 하나라도 많은 부품을 빽빽하게 쌓을수록 성능(밀도)은 높아진다.
공장에 10여개의 레이저 드릴이 놓인 것도 눈에 띄었다. ABF 도포를 한 뒤 절연층을 제거할 때 레이저를 쓴다.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객사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공정을 모두 해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동행한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판마다 (다양한) 기능을 담아야 하니 되도록 비아를 작게 가공하는 것이 (고객사를 만족시키는) 필수 조건"이라며 "(이렇다보니)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의 또 다른 특징은 '시스템 온 서브스트레이트'(SoS) 기술을 쓴다는 점이다. 장덕현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만든 단어다. 반도체 기판 위에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SoS는 2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기판 위에 배열해 통합된 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초미세화 공정이 적용된 패키지기판을 말한다.
기존의 '시스템 온 칩'(SoC) 기술은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시킨 체계다. SoC로는 서로 다른 반도체를 미세화하거나 공간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SoS는 서로 다른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 미세한 재배선 기술로 연결해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차세대 기판 기술이다.
고가의 설비, 복잡한 공정은 초미세 반도체 기판을 만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삼성전기의 주요 부품인 ABF는 두께가 약 7.5~70㎛(1000분의 1mm) 수준일 정도로 미세하다. 고부가 서버용 CPU 기판의 경우 코어 동박적층판(CCL) 두께 약 610㎛, 회로 폭 약 9㎛, 범프 간격 약 100㎛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범프는 반도체와 기판을 연결하는 주요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에서 주로 FC-BGA를 만들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증설까지 하기로 했다. 지난달 부산, 세종사업장 및 베트남 법인 FC-BGA 시설 구축에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법인 1조원 규모 투자를 시작으로 기판 사업에 조단위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일본 이비덴,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글로벌 주요 기판 업체들도 수천억~수조원의 투자금을 베팅하며 '규모의 경제' 선점에 매달리고 있다.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의 경우 지난해 70만3000㎡로 축구 경기장 100개 면적에 달하고 설비 가동률은 100%에 가깝다.
최근 반도체 설계·생산 능력을 갖춘 인텔, AMD 등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거나 외주를 해 칩 생산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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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에 따르면 세계 패키지 기판 시장 규모는 올해 113억달러(약 15조원)다.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달한다. 2026년 170억달러(22조5000억원) 규모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 연 성장률 추정치 4%보다 배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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