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생전 마지막 육필 원고 공개

이어령 전 장관의 육필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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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이어령 전 문체부 장관의 생전 마지막 육필 원고가 공개됐다. 제목은 ‘눈물 한 방울’(김영사). 암투병으로 건강이 쇠하면서 키보드 칠 힘이 없어지자 40년 만에 다시 펜을 들어 쓴 기록이다. 2019년 10월부터 영면 한 달 전인 지난 1월까지 생의 단상을 책에 담았다. 이례적으로 고인이 직접 그린 그림도 수록됐다.


2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육필이 남편을 변화 시켰다고 전했다. “육필로 글을 쓰면서 찹쌀떡 사라는 장사꾼 소리, 문풍지 소리 같은 옛 기억이 돌아오면서 여유가 생겼다”는 것. “인품이 달라져 선물이 들어오면 (이전과 달리) 꼭 친필 답장을 썼다”고 설명했다.

육필 원고는 강 관장이 남편을 추억하는 매개체다. 그는 “육필 원고의 장점은 그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사람의 건강 상태로 고스란히 나타난다”며 “지금도 글을 보면 다 보인다. 얼마나 아팠는지, 즐거웠는지. 글이 흐리면 많이 아프고 글이 정연하면 괜찮으셨나보다 하고”라고 회상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눈물’이다. 특히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라고 고인은 책에 기술했다. 책에 담긴 110편의 글 중 열두 편이 눈물을 주제로 하고, 나머지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린 계기를 설명한다.

시대의 지성으로 빛났지만 병 앞에선 그 역시 보통사람처럼 두려움에 눈물 지었다. 강 관장은 “남편은 ‘내가 곧 못 걷게 될 것 같아’라며 크게 눈물을 보였다”며 “섬광증상으로 정신이 망가질 것을 두고도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유가족 이강무 백석대 교수,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인숙 영인문학관장과 고세규 김영사 대표. 사진=김영사

왼쪽부터 유가족 이강무 백석대 교수,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인숙 영인문학관장과 고세규 김영사 대표. 사진=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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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생의 마지막까지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인공지능(AI)과 생명자본주의에 관해 방대한 저작 계획을 세웠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별세했다. 이전에 쓴 글을 바로잡는 작업도 미완에 그쳤다. 장남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원 교수는 “아버지께서 이전에 썼던 글을 많이 보셨다. 그러면서 ‘이건 잘못 썼는데’ ‘이건 고쳐야 하는데’하며 바로잡고 싶어 하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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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전당에서 많은 지식을 나눴지만 그의 마지막 외침은 ‘인간성의 회복’이었다. 그 방증은 ‘눈물’. 그는 책의 서문에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 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렸다”고 적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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