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도 기대인플레 파급 우려…한은, 빅스텝 나서나
물가·기대인플레 간 상호작용
자체적 지속성 생겨 '악순환'
2008년·2011년보다 오래갈 듯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한번에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쏠리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도 기대인플레이션의 급속한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놔 주목된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비용부담을 제품가격과 임금에 전가하는 소위 인플레이션 동학(dynamics)의 변화가 나타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자체적인 지속성을 갖게 되면서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기업·가계 등이 전망하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로,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덩달아 치솟으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금통위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 움직임에 후행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지금처럼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물가 파급 효과가 이전에 비해 커졌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금통위원들은 이번 인플레이션이 과거 물가급등기와 달리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2008년과 201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적이 있는데 두 시기 모두 물가목표를 상회하는 상승률은 1년 정도 지속됐다. 한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1년간 이어진 가운데 내년에도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인플레이션의 지속기간은 과거에 비해 길어 보인다"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물가의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구조적인 변화가 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체 지속성을 지닌 인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위원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연간 상승률인 4.5%로 상향조정됐음에도 물가 상방리스크는 여전히 커 보인다"며 "물가상승압력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함께 나타나고 유가와 식량가격 상승, 원화가치 하락 등의 충격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현 인플레이션의 강도와 지속성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통위원 대부분이 추가적 통화완화 기조 축소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이 하반기에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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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최근 임금이 정액급여를 중심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확산돼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주거비를 포함한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을 상회할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도 하반기 빅스텝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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