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후폭풍]사생아인가 적자인가…줄소송·노사 분쟁 불씨
고령자고용법 조항 강행 규정 판단…"도입 타당성·불이익 정도 등 고려해야"
임금피크제 유효성 판단 첫 기준 제시
일선 사업장에서 노사간 쟁점 부각…재논의 불가피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공공기관사업본부 소속 관계자들이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무리한 정년연장의 사생아인가,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적자(嫡子)인가.
임금피크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엇갈린다. 올해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20년, 개정법 시행에 맞춰 공기업과 금융권, 나아가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번지 지도 6, 7년이 됐다. 여느 제도였다면 안정단계에 접어들었을 법한데, 외려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도입 당시보다 더 크게 번질 태세다.
최근 대법원이 한 사업장의 임금피크제를 두고 무효라고 판단한 게 단초가 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판결 후 낸 자료에서 "개별 기업 임금피크제 효력의 인정여부는 도입목적의 정당성·필요성, 실질적 임금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 저감이 있었는지, 감액된 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쓰였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일선 기업이나 각 사업장 노동조합, 나아가 사용자·노동자 단체, 법률가 집단까지 바빠진 배경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직원 130여명은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최근 집단소송을 냈다. 포스코에서는 일부 노조를 중심으로 소송인단을 꾸리기 시작했고 KB국민은행 노조도 이달까지 인원을 모아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저마다의 배경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소송이 겨냥하는 바는 비슷하다.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려보자는 얘기다. 삼성전자 노조는 회사에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 안건으로 임금피크제 폐지를 내건 만큼 당장 소송보다는 막 시작한 교섭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논란이 커진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2013년 정치권 합의로 정년을 60세로 늘린 점, 당시 논의 과정이나 법 시행에 앞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용인한 점 등을 짚어야 한다. 정년이 되기 전 임금을 깎는다면 정년연장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그때도 있었으나 기업부담 완화,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임금피크제는 ‘제도권 내’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를 일부에 한정짓는 건 1990년대부터 고착화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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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 그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같은 우리가 처한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깔고 오래 일할수록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급제의 도입배경, 과거와는 달라진 경영환경에서도 이러한 연공급제가 적절한지도 살펴야 한다. 임금피크제가 당초 취지를 살려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이나 청년일자리를 내는 데 기여했는지 냉정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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