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이 내 집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가구주가 된 이후 7~8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7~38세에 첫 집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43~44세로 늦춰졌다. 외국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내 집을 갖는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생애최초 구입자 평균 연령은 35세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는 31세, 영국은 33세, 미국은 34세, 덴마크는 35세, 호주와 캐나다에선 36세에 생애 첫 집을 구입한다. 집값의 최대 95%까지 빌려주는 관대한 대출을 비롯해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 연방은 생애최초 구입자에게 우대 금리, 대출 수수료,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 공제, 계약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주정부도 웰컴홈, 홈플러스, 스마트솔루션 등 정책 브랜드를 만들어 추가 지원에 적극적이다. 호주는 신규주택(75만달러 이하) 구입 시 1만달러(약 900만원)를 무상 지원하며, 취득세도 면제해 준다. 캐나다는 신규주택(67만5000달러 이하) 구입 시 집값의 5~10%를 인센티브로 준다. 영국의 퍼스트홈(First Homes)은 신규주택(25만파운드 이하·런던은 42만파운드 이하) 분양가를 30~50% 할인해 준다. 생애최초 구입용 지분공유주택으로 집값의 5%만 내면 신규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다양한 주택도 공급하고 있다.
생애최초 구입 지원은 경기 대응적 성격이 다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많은 나라에서 신규공급 촉진, 거래 활성화, 경기진작을 위해 지원을 대폭 늘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담능력 완화가 초점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자가소유율은 떨어지는 추세이며, 생애 첫 집 마련도 더 어려워졌다. 대출을 늘려주고 구입에 나서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최근 집값 수준은 장기 추세로도 상당히 고점에 있다. 앞으로 금리 인상까지를 감안한다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무주택 가구는 이러한 지원으로 내집 마련의 사다리에 더 빨리 오를 수 있으며, 50대 즈음에는 대출금을 다 갚고 주거비 걱정 없는 집에서 온전한 자산기반 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주택시장에도 활력소가 된다. 생애최초 구입은 신규 공급을 흡수하고, 주택거래의 50% 이상을 차지해 시장 순환을 원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생애최초 구입 건수는 시장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하다. 구입건수가 준다면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생애최초 구입지원은 외환위기 이후 2001년 건설산업 진작을 위해 처음 시행됐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그동안 4차례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올해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민영 아파트까지 확대되고 지난 5월30일 민생안정대책에서 생애최초 구입자의 LTV를 80%까지 완화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앞으로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집과 대출 지원이 결합하면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에 호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신규 주택에서 생애최초 구입자가 얼마나 분양받았는지, 기존주택 거래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생애최초 구입이 주는 사회경제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보다 분명히 짚을 수 있다면 더 통 큰 투자가 가능하지 않을까? 청년이 인구의 미래이듯이 생애최초 구입은 건강한 주택시장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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