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살아가는 게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 2월 3.7%에서 3월 4.1%로 뛰어오르며 4%선을 돌파했다. 4월에는 4.8%로 상승 폭을 더 키웠고, 5월에는 5.4%로 5%선마저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5월까지의 전년 누계비 물가 상승률은 4.3%다. 남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지 않는 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게다가 5%대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6월이나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책임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5일 대형마트를 직접 찾아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한 것도, 그만큼 물가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말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가용수단 총동원령을 내렸고, 3일 출근길에서도 "한국이 경제 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들어와 있다"며 위기가 닥쳐왔음을 에둘러 토로하기도 했다.
고물가는 특히 서민층에 치명적이다. 이들이 주로 체감하는 석유류(34.8%), 밀가루(26.0%), 식용유(22.7%), 감자(32.1%) 등은 평균(5.3%)보다 훨씬 높다. 전기·가스·수도도 9.6%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반대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는 더 커진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액 부담은 급격히 불어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족과 코로나19 사태를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용도가 낮은 한계 기업들은 운영 자금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가계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이 대출자 1인당 평균 80만원 늘어난다. 기업은 1%포인트 상승 때 이자 부담이 8조6900억원 증가한다. 영업이익만으로는 이자를 못 갚는 한계 기업도 5.4%포인트 불어난다. 가계와 기업 모두 부실해져 국가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질 우려가 크다.
자칫 인플레이션 이후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침체로 빠질 우려도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 자산 시장 거품이 터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맞았고 지금까지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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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의 최종 과제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민생을 구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투입한 천문학적 재정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조세·금융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간과도 합심해 물가 자극 요인을 최소화하고, 서민층 지원책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물가 안정에 윤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정부의 경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지지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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