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NG 가격도 급등…연초대비 3배 가까이 상승
인도, 밀에 이어 설탕도 수출 제한…인플레 심화 우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영국 정부가 에너지요금 상한을 40% 이상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시작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와 주요 원자재의 수급 문제로 촉발됐던 공급망 문제가 석유와 천연가스,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으로 전이되면서 이제는 각국이 ‘생계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와 싸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전기·가스시장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의 조너선 브리얼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올해 10월 에너지 요금 상한이 연 1971파운드(약 312만원)에서 2800파운드로 올라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스 도매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했"며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없던 한 세대에 한번 나타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의 에너지요금은 10월부터 기존보다 42% 이상 오를 전망이다.
오프젬의 에너지 요금 상한 인상 가능성은 앞서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시사한 바 있다. 수낙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영국산업연맹(CBI) 연례 만찬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은 세계적인 기조이며, 하룻밤 사이에 이를 해결할 방법은 어느나라 정부도 갖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수개월간은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오프젬은 이미 지난달 에너지 가격 상한을 54%나 인상한 바 있다. 유럽에서 난방용 가스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10월부터 가격 상한을 추가 인상할 경우 빈곤층 가정의 생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미 전년동월대비 9% 상승해 1982년 이후 40년래 최고 상승폭을 기록한 바 있다. 10월 에너지요금 추가 상승시 물가상승률은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 국가들이 주요 에너지 대체재로 의존하고 있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MMbtu(영국열량단위)당 8.84달러를 기록해 2008년 이후 14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연초 3.81달러에서 3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겨울철 전세계적인 가스공급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식량 수출국에서 잇따라 식료품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올해 설탕 수출량을 1000만t으로 제한하는 수출 제한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3일 밀 수출 제한에 이어 추가적으로 식료품 수출을 제동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도 다음달 1일부터 매달 360만마리의 닭고기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마일 스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정부 경쟁위원회가 대기업 간 닭고기 가격과 생산량을 통제하는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며 "공급 방해 업체가 밝혀지면 어디라도 엄정 대응하고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단독]"100억 날린 친구, 죽었을까봐 매일 전화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