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外 비축유 방출 등 정책카드 마땅찮아

"러시아 제재로 하반기에도 경윳값 오를듯"
"정유사 가격 결정권 제한적…공급관리 급선무"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11일 서울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11일 서울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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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공급 감소 여파로 경윳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트럭운전 기사 등은 지난해 말 중국발(發) '요소수 대란'에 이어 또 한번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하반기로 갈수록 코로나19 회복세에 따른 수요 확대 등으로 경윳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50.78원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엔 2008년 7월16일 1947.75원이 최고였다. 휘발윳값은 전국 평균 1947.61원을 기록했다. 전날 오후 4시 경윳값이 ℓ당 1947.6원으로 휘발윳값 1946.1원을 2008년 6월 이후 14년 만에 추월한 데 이어 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경윳값 '사상최고' 경신…화물차·트럭 등 '요소수 대란' 후 또 직격탄 원본보기 아이콘


국내 주유소에서 유통되는 자동차용 경윳값은 연초 이후 급등세로 돌아섰다.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주유소 차용 경윳값은 지난해 1월 ℓ당 1242.35원에서 11월 1549.72원까지 치솟았다가 올 1월 1453.53원으로 진정되나 싶더니 2월 1536.64원, 3월 1826.93원으로 상승 전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난 2월24일 시작된 사실을 감안하면 4월, 5월로 갈수록 시세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는 많은데 전쟁 때문에 공급이 줄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럽은 경유 수입의 6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러시아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한 데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경유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돼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공급 감소·수요 증가' 흐름에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흑해 부동항 장악을 위해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화물차 트럭 버스 굴착기 레미콘 등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차 생계형 근로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유류비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만큼 '조금씩 자주' 주유를 하는가 하는 이들, 정유사 및 주유소가 제대로 가격을 내리는 게 맞는지 의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한 것도 서민들 피부에 와닿지 않을 공산이 크다. 승용차를 모는 국민을 위해 유류세를 대폭 낮췄더니 경유를 쓰는 이들에 대한 '서민 물가'는 놓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포연이 피어오르는 모습. 제철소에선 우크라이나 군인 1000명이 최후 항전을 벌였다. 대피 못한 민간인 1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포연이 피어오르는 모습. 제철소에선 우크라이나 군인 1000명이 최후 항전을 벌였다. 대피 못한 민간인 1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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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윳값 상승세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대표 수단인 '유류세 인하 폭 30% 확대' 카드를 쓰고도 경윳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ℓ당 유류세는 휘발유 820원, 경유 581원 수준인데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높이면서 휘발유 약 573원, 경유 407원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글로벌 재고 감소, 6~8월 미국 여름 휴가철인 '드라이빙 시즌' 이후 휘발유 생산 증대로 경유 공급은 위축될 가능성 등 경윳값 '상승 요인'만 즐비한 상승이다.


정유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경윳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는 물론 종전 이후에도 러시아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부 정책 지원 카드도 유류세 인하 외에 마땅치 않을 것이며 비축유 방출 등도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가격 결정권도 제한적인 만큼 (가격 인하에 나서기보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요소수 사태'처럼 공급이 '제로(0)' 수준으로 급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생산능력(캐파) 등이 받쳐주기 때문에 비싸질지언정 공급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한국 경윳값이 세계적으로 비싼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기준 한국의 경유 가격은 ℓ당 1907원으로 OECD 평균값 2416원보다 26.7%가량 낮다. 주유소 기준 OECD의 7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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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등 유럽 일부 지역은 주유소에 경유가 없고 휘발유도 1인당 20ℓ 제한이 걸린 상황인데 한국은 이 같은 수급상 쇼티지(공급 부족)까진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디젤(경유) 가격도 아직까지는 ℓ당 2000원을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26%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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