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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엘살바도르 국민도 믿지 않는 비트코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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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지난해 1개당 7만달러에 육박하며 초인플레이션 시대의 대안으로 평가받았던 비트코인이 3만달러선으로 추락했다. 달러화 가격에 고정돼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스테이블 코인 가격 역시 1달러 미만으로 내려서며 가상자산이 만들어 낸 거대한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낙관론자들은 가상자산이 현물을 넘어서고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미래는 녹록지 않다.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현실을 살펴보자. 전미경제연구소는 지난 2월 엘살바도르 성인 1800명을 면접해 비트코인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2%는 정부에서 배포한 비트코인 지갑 ‘치보월렛’을 모른다고 답했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뒤 현금과 기존 체크·신용카드 사용도 그대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이용자의 70%가 현금 사용량이 종전과 같다고 답했고 체크·신용카드 사용량이 전과 동일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83%에 달했다. 엘살바도르 소재 기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비트코인으로 상품을 살 계획이 있는 회사는 11.4%에 불과하다.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실험은 철저하게 국민과 기업들에 외면받고 있다.


지난 4월 1900만번째 비트코인이 채굴됐다.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쳐 총 2100만개만 생성된다. 전체 채굴량의 90%를 넘어섰다. 남은 비트코인은 200만개 정도로 2030년경이면 99%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채굴돼 사실상 채굴 행위는 끝나게 된다. 2100만개의 비트코인이 모두 채굴되는 시점은 2140년으로 예정돼 있다. 때문에 2030년이 지나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총 수량의 1%인 21만개에 불과하다.

채굴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네트워크에 참여해 발생한 거래의 유효성을 입증하고 이를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이 과정에서 채굴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트코인과 거래 수수료를 보상으로 받는다.


문제는 채굴 과정이 사실상 끝났을 때다. 비트코인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여전히 누군가 채굴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열심히 채굴을 해도 비트코인은 더 이상 못 받는다. 거래 수수료만 챙길 수 있다. 때문에 2030년 이후에는 채굴을 통해 얻는 거래 수수료가 비트코인 생성을 통한 이익을 넘어서야 채굴 행위가 가능해진다. 결국 비트코인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비트코인이 화폐로 널리 쓰이거나 희소성을 인정받아 가치가 급등하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쑹훙빙은 저서 ‘화폐전쟁’에서 국제 금융재벌들이 직접 돈을 찍어내며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전 세계의 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돼 화제가 된 스페인 시리즈 ‘종이의 집’은 경기 부양을 이유로 유로를 마구 찍어내던 조폐국을 점거해 9억8000만유로를 직접 찍어 달아나는 도둑 얘기를 그렸다.


가상자산 시장이 꼭 그렇다. 너도 나도 디지털 코인들을 찍어내지만 정작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는 곳은 발행사와 거래소밖에 없다. 시대도 주체도 다르지만 여전히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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