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 개발 15개월째 제자리… “이러다 쫓겨날까 두려워”
국토부 작년 2월 공공개발 발표
공공주택지구지정 지연에 불안
11일 주민 결의대회 참여 독려
국토부 “사유지 협의 과정 지연”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 한다고? 좋은 일이니까 가야지."
10일 오후 4시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촌 인근. 백광헌씨(63)와 김영국씨(64) 등 쪽방촌 주민들은 다음날 예정된 ‘공공주택 지구지정 촉구’ 기자회견 참여를 주민들에게 독려하고 있었다. 이들은 폭 2m도 되지 않는 골목을 지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단지를 나눠줬다. 벽에 칠한 흰색 페인트가 벗겨져 물이 새어나올 것 같은 건물이 보였다. 백씨는 해당 건물을 보며 "이 정도면 양반이지"라면서도 "이런 곳도 없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서 다 죽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했다.이 지역에 2410호의 주택을 짓고 기존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 1250호를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자활·상담 등 쪽방 주민을 지원하는 복지시설을 포함해 공공체육 시설 등 주민편의 시설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1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늦어지는 등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주민들은 "이러다 민간주도 개발로 쫓겨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고 있다.
백씨는 "겨울에는 수도가 동파되는 건 기본이고 여름에 건물 가운데 있는 쪽방이라도 살면 창문도 없이 무더위를 견뎌야 한다"며 "이런 곳이 월세가 24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 800명의 주민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며 "정부가 우리에게 공공주택 일부를 주기로 했는데 민간개발이 되버리면 다른 쪽방촌처럼 쫓겨날 게 분명하다"고 했다.
공공주택사업을 찬성하는 건물주도 있다. A씨(67)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의혹 사건을 계기로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사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면서도 "(공공주택사업을 하게 되면) 땅값도 올라가고 다 쓰러지게 생긴 건물도 새롭게 지어져 쪽방 주민들과도 상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약속했던 ‘2021년 내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늦어지자 쪽방 주민들은 공공주택사업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홈리스행동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2022홈리스주거팀’은 지난달 1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종로구 통의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이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해 온 일부 소유주와 입장을 같이 한 전력이 있어 사업이 좌초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단체들은 11일 오후 2시 용산구 삼각지역 13번 출구 앞에서 ‘동자동 쪽방촌 선이주 선순환 공공주택지구 지정 촉구 주민 결의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이) 용산에서 일하려면 용산의 현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며 새 정부가 공공주택사업을 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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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동자동 쪽방촌 개발사업의 제1목표가 쪽방 주민들의 안정적인 거주인 건 분명하다"며 "해당 지역이 사유지이다 보니 토지주들과의 협의 과정이 늦어지고 있으며 협의만 잘 된다면 쪽방주민들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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