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안철수 '책임 정치' 내세웠지만…"명분 부족" 비판 여전
'인천 계양 을', '성남 분당 갑' 나란히 출마한 대권주자들
전문가들 "이재명 출마, 선거 전체에 부정적 영향 줄 것"
"안철수 국힘서 정치적 기반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인천 계양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대선 연장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이 고문은 당 안팎에서 제기된 대선 패배 책임론에도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내세으며 출마를 선언했다. 안 위원장도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며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출마 이유로 들었다. 다만 두 사람의 이례적으로 빠른 복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차기 대권으로 가는 발판을 다지기 위한 '명분 없는 출마'라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이 고문은 인천 계양 을, 안 위원장은 성남 분당 갑 출마를 각각 선언했다. 이 고문은 이날 인천 계양산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ㅜ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자신이 출마하는 것이 패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선 결과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 "책임지는 길은 어려움에 처한 당과 후보들에게 조금이라도 활로를 열어주고 여전히 TV를 못 켜는 많은 국민께 옅은 희망을 만들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의 조기 복귀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판세가 민주당에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이번 선거에서 이 고문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었다. 대선 패배 후 3개월 여 만에 치러지는 만큼 존재감이 뚜렷한 인물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도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 분당 갑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분당 뿐 아니라 성남시와 경기도, 나아가 수도권 승리를 통해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며 '책임 정치'를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세운 안랩이 있는 분당 갑이 '제2의 고향'이라고 출마 명분을 내세웠다.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때, 저는 이곳의 발전 가능성을 예상하고 안랩 사옥을 누구보다 먼저 세웠다. 저는 IT산업 1세대이자, 창업벤처 1세대 신화의 주인공이다. 분당의 미래가치를 확장하고 도약시킬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고문과 안 위원장의 국회의원 출마를 두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지낸 이 고문은 인천에 연고가 없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 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이 고문이 당선에 유리한 지역구를 택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 위원장도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 행위이자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라며 이 고문을 향해 날을 세웠다.
다만 안 위원장의 성남 분당 갑 출마 역시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19, 20대 국회에서 서울 노원 병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나선 바 있다. 성남 분당 갑 역시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이 고문과 안 위원장 모두 책임 정치를 조기 등판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원내에 입성한 뒤 당권-대권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기 위해 출마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출마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고 자격이 된다면 누구나 나올 수 있지만, 대선에 나왔던 사람이 얼마 안 돼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는 것을 달갑게 볼 수는 없다. 이 고문의 경우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고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 위원장도 이 고문보다는 상대적으로 출마 명분이 있어 보이지만 출마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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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도 이 고문의 인천 계양 갑 출마와 관련해 "대선 이후 두 달 만에 패배에 대한 성찰을 건너뛰고 다시 대선을 치르는 듯한 모습이다. 자신이 정치적으로 성장했던 분당을 피해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험지를 피해 유리한 곳만 찾아가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6·1 선거와 민주당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평론가는 안 위원장에 대해선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고 차기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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