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친기업적인가 아닌가. 취임식이 목전이지만 시장은 새 대통령의 기업관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당 소속이며 규제 완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친기업 대통령의 탄생을 점쳤으나 그 반대로 해석할 여지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수사기관에 대한 강한 그립력을 바탕으로 하는 전방위적 기업 수사 가능성이다. 법무법인 세종이 작성한 ‘제20대 대통령선거: 그 결과와 영향’에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정부 초기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경제범죄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삼성전자·웰스토리 압수수색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특별사법경찰관 도입을 추진하는 움직임 등이 그런 전망의 단서로 작용한다.
윤 당선인의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인식은 그의 검찰총장 취임사에 비교적 분명하게 정리돼 있다.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으로 압축되며, 이를 훼손하는 반칙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함"을 천명했다. 취임사 속 ‘경제적 강자의 농단’이란 표현은 대기업의 반칙을 엄단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란 윤 당선인의 생각을 대변한다.
경제범죄에 대한 수사 확대 전망은 그런 가치관의 연장선에서 예측 가능하며,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으로 다가온다. 윤 당선인이 경제 질서를 강조할수록 그를 친기업적 보수 대통령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더 많이 제기될 것이며, 규제 완화 같은 친시장적 정책 방향과 충돌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충고(혹은 경고)가 따라온다.
그러나 기업의 반칙을 관대하게 다루는 게 과연 ‘친기업적’ 태도인지 따지고 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장질서 훼손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이 곧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이란 윤 당선인 판단에는 오류가 없다. 그것이 우리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더 온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믿음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윤 당선인이 병행하려는 두 가치는 서로 충돌하거나 모순적인 관계에 있지 않지만, 완벽하게 공존하며 각각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일은 어떤 정부에서도 성공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난제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결국 우리의 관심은 새 정부로 하여금 두 날개 중 하나를 접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닌, 이 어려운 작업의 성공 조건이 무엇인지 하는 질문에 모아져야 한다. 그것은 단언컨대 원칙과 예측 가능성 그리고 진정성일 것이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은 느닷없이 국정운영 방향을 틀었던 이명박 정부 후반에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도 규제 완화를 필두로 친기업을 표방했지만 정경유착이라는 시대착오적 가치관을 내재한 진정성 없는 친기업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 기조가 사실은 정치권과 재계를 압박해 국정장악력을 확보하려는 속내에 불과하다면 이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 기업에 손을 내미는 유혹에 빠지거나 반칙이 난무하는 시장을 옹호하는 여론에 굴복해 원칙을 저버려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윤석열의 실험은 비현실적일 만큼 난해하지만 그래서 위대한 측면을 갖고 있다. 반대로 그 실험의 실패는 역사상 가장 허망한 수사(修辭)로 기록될 것이다. 좌우측 깜빡이를 동시에 켜고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에 무운을 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