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9.77% 교환 조건으로 운영자금 350억 조달
적대적M&A 가능성 놓고 논란
[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현금성자산만 27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종텔레콤 이 3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교환 대상은 유진투자증권 으로 교환가가 현재 주가보다 높다. 투자자인 31곳의 펀드들이 향후 유진투자증권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지난해 유진투자증권 주가는 세종텔레콤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불거지며 상승했었는데, 만약 EB가 교환돼 지분이 분산되면 적대적 M&A 이슈도 사라져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펀드들이 교환가가 현 주가보다 높은 EB를 인수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EB가 모두 교환될 경우 세종텔레콤이 보유한 유진투자증권 지분 대부분이 사채권자에게 넘어간다. 더는 유진투자증권에 5% 이상 지분 공시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종텔레콤은 전날 35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사모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발행 대상자는 31개의 펀드와 운용사 및 투자조합 등이다.
이 EB의 표면, 만기이자율은 0%다. 투자자들이 향후 교환 대상 주식의 취득을 기대하고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환 대상은 유진투자증권 기명식 보통주 946만4575주(9.77%)다. 교환가액은 3698원이다. 현재 주가 3265원보다 약 13% 높은 수준이다. 교환 청구기간은 2022년 5월9일부터 2027년 3월29일까지다. 이 때 유진투자증권 주식이 교환가액을 넘어서면 투자자들은 교환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종텔레콤은 2020년 4월 유진투자증권의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공시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취득가는 1900원대였다. 이후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5월까지 유진투자증권의 주가가 4800원선에 올랐을 무렵까지 계속해서 지분을 취득해 최대 12%를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진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유진기업과 유창수 대표 등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 29.97%를 보유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이 30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지분가치는 약 1000억원 수준이다.
이미 10% 이상을 확보했던 세종텔레콤 입장에서는 약 600억~700억원의 추가 투입이 있으면 최대주주 지분을 넘길 수 있는 상황이다.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말 기준 170억원의 현금과 2500억원 규모의 단기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이 과거 NH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아증권을 인수해 세종증권을 경영했던 경험이 있는 점도 적대적 M&A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김 회장은 IMF 시절 부도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 2005년경 농협중앙회에 매각해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세종텔레콤 측은 적대적 M&A 여부에 선을 그었다. 유진투자증권의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으로 판단돼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이에 적대적 M&A 기대감으로 5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약 1년여간 계속 우하향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교환가가 현재 주가보다 높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 EB가 교환 청구되면 세종텔레콤의 적대적 M&A 이슈가 사라져 유진투자증권의 주가는 최근 1년여처럼 우하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교환가를 정하고 이자도 0%로 설정한 이유는 ‘지분 쪼개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세종텔레콤은 지분 공시를 피하면서도 유진투자증권의 주식을 사 모을 수 있고 향후 EB를 인수한 펀드를 우군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EB 발행 목적은 공시한 대로 운영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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