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빈곤①]"청년이라고 다른가요?"…죽지 않을 만큼만 지원 받았다
고용 가뭄에 기초생활수급자행
월세 등 고정비용 제외하면 빠듯
수급 기준 맞춰 일자리 찾기도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공병선 기자, 장세희 기자]청년 기초생활수급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고용시장 충격과 경기 침체 때문이다.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2021년만 보더라도 2030 실업자는 총 103만6000명에 달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고, 공공 중심의 단기 일자리만 늘어난 탓에 청년 고용 시장은 더 나빠졌다. 기초생활수급자에 속한 청년들이 소득을 벌어들일 곳이 없는 데다 기존에 있던 일자리까지 잃으며 생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거 급여 선정 기준이 중위 소득 45% 이하에서 46% 이하로 완화된 것도 청년 기초생활수급자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주거급여는 1인 소득 기준 82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 지급됐지만, 올해부터는 89만4000원 이하로 7만원가량 높아졌다.
月70만원 받았지만…월세·식비 등으로 다 써 '빈곤 악순환'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청년의 삶은 어떨까. 현재 군인신분인 김승호씨(27·가명)는 "정부가 안정적으로 내 삶을 꾸리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을 만큼만 지원해 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정부로부터 매달 생계급여(45만원)·주거급여(25만원)를 합한 금액인 70만원가량을 지원받았다. 김씨는 "월세 30만원, 식비 25만원을 제외하고도 교통비, 통신비, 공과금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체의 70% 이상이 월세와 식비로 나가면서 어떤 날은 통장에 밥 한 끼도 못 사먹는 돈이 남았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 30만원을 벌었으나 등록금을 내기 위해 20만원을 저축하면 실제 남는 돈은 10만원뿐이었다.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초에는 하던 아르바이트도 끊기고 학교도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됐다. 결국 군대를 가기로 했다. 매달 수입이 있고 먹고 잘 곳이 있어 오히려 사회에 있을 때보다 마음은 편했다고 한다. 정부 지원은 김씨에게 계륵같은 존재다. 생계에 도움을 주는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일해서 돈을 벌면 지원은 줄어들어서다. 김씨는 "도저히 생계가 어려워 추가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지원금액이 7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 제도는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해 소득이 생기면 그 차이만큼 급여를 깎아서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계급여는 1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58만3000원 이하여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의료(77만7000원)·주거(89만4000원)·교육(97만원) 급여 역시 일정 기준 소득을 초과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김씨는 100만원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지위가 박탈되기 때문에 하한선에 맞춰 일을 해왔다. 그는 "100만원을 번다고 해서 모두 저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사회 복귀 앞두고 '막막'…폭증한 서울 집값도 걱정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보장 제도는 해외 어디를 가도 ‘빈곤의 덫’이라고 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일할수록 급여가 깎이니까 오히려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역을 4개월 앞둔 김씨는 벌써부터 사회 복귀에 대한 ‘막막함’을 드러냈다. 김씨는 "군대 오기 전 햇빛도 안 들어오는 집에서 친구 세 명과 함께 살았다"며 "당장 전역하면 학교 근처인 왕십리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집값이 그 사이에 더 올라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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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 전 함께 살던 친구들도 상황이 어려워지자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서울 집값이 크게 뛰면서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비용까지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청년이라고 당장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흔히 좋은 일자리라고 볼 수 없는 곳에 청년이 가서 돈을 벌라고 하면 그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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