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제조장비 '큰손'인데…정부 압박에 美 업체들 딜레마"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굴기' 정책을 앞세워 자국 반도체 산업을 빠르게 육성하고 있는 중국을 막기 위해 반도체 제조장비 반입을 제한하면서 이 시장을 주도해온 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이 딜레마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의 목을 조를 계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의 대중(對中) 매출이 최근 수년 새 크게 늘어났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미국 업체 세 곳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 등 5개의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은 2014년 중국에 33억달러(약 4조1200억원)의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시장의 10%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은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지난 12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통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이 1026억달러로 전년대비 44% 증가했다면서 이 중 중국이 296억달러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제조장비 매출 증가폭은 58%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특히 업계 1위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전체 매출 230억달러 가운데 75억달러가 중국에서 발생했으며 램리서치의 경우에도 매출 146억달러 가운데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업체들의 중국 매출 비중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새로운 의존이 미국의 세 업체에 특히 더 큰 정치·산업적인 문제를 만들었다"면서 "미국의 세 업체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각각 다른 부분들을 맡고 있어 미국의 선진 기술이 중국의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중국 반도체 업체로 반도체 제조장비가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0년 12월 중국 반도체 업체인 SMIC를 수출 제한 명단에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두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고 그 자금이 제조장비 업체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제조장비 시장의 다른 경쟁자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은 지난해 말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연합(CSEM)'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고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법률·로비스트 회사 아킨검프를 통해 정부, 의회와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킨검프는 미 제조장비 업체 제품 중 비교적 기술 수준이 낮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장비 목록을 따로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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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미국 제조장비 업체들의 노력이 같은 수출 규제를 놓고 일본, 네덜란드의 동참 여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봤다. 도쿄일렉트론과 ASML이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동참을 해야 미국 정부의 목표인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저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내 강경파들이 더 강한 제한을 만들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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