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소지 경위 묻지 않고 대마 수입 처벌 마약류관리법 '합헌'"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마약을 소지하게 된 경위와 상관 없이 마약류 수입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마약류관리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대마 수입 혐의로 기소된 A씨가 마약류관리법 제58조가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평등원칙 등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헌재는 "마약류관리법 제58조 1항 5호 중 '대마를 수입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주문에서 밝혔다.
2019년 3월 19일 베트남에서 대마오일 카트리지 5개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비행기로 입국한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수입) 혐의로 기소돼 인천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마약류관리법 제58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는 자신이 가져온 대마오일은 미국인 남편의 것으로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입국하는 사람이 대마를 구입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소지하고 들여온 것인지 구별하지 않고 처벌하는 해당 조항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고, 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점진적으로 합법화하고 있는 국제적 시류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마약류관리법 제58조(벌칙) 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무기 또는 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들을 열거하고 있고, 5호에서 '제3조 7호를 위반하여 대마를 수입하거나 수출한 자 또는 그러할 목적으로 대마를 소지 소유한 자'를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을 마약류관리법 제58조 1항 5호 중 '대마를 수입한 자' 부분으로 한정했다.
먼저 헌재는 해당 조항에서의 '수입' 개념이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일반 국민들의 예측을 벗어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청구인의 주장과 관련 "사전적으로 '수입'은 다른 나라로부터 상품이나 기술을 국내로 사들여 오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상품이나 기술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기 위하여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선행되나, 이러한 해석은 해당 물품이나 기술을 구매하는 행위가 적법한 경우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대마와 같이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 경우'에는 이러한 해석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대마의 '수입'은 국외에서 대마를 소지하게 된 경위와 관계없이 국외로부터 국내로 대마를 반입하는 행위를 의미함이 명확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또 법정형이 너무 무거워 책임과 형벌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대마는 소량만 흡입해도 환각상태를 일으킬 수 있고 습관성이 강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며 "대마는 재배와 제조가 비교적 쉬워 엄격히 차단하지 않으면 널리 보급될 가능성이 높고, 간단히 흡연하는 형태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높다"고 전제했다.
이어 "마약류의 '유통' 행위는 범죄자를 양산하고 마약류의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자신이 범죄 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용'에 관련된 행위에 비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이 때문에 심판대상조항은 대마를 국외에서 국내로 반입하는 일체의 행위를 대마 '수입'죄로 처벌하는 것이며, 이러한 처벌의 필요성은 대마의 반입 경위나 동기, 대마의 직접 구매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이 5년이어서 죄질이 경미한 경우에는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을 통한 집행유예도 가능하다"며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로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반입과 구매후 반입을 차별 없이 처벌해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과 관련 헌재는 "대마를 구입해 국내로 반입한 경우에는 수입죄 외에 매수죄가 별도로 성립하므로 대마의 구입 없이 국내로 반입만 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구입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라도 대마 수입행위는 대마의 국내 공급 및 유통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다르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마를 국외에서 구매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비난가능성이나 죄질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심판대상조항이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현저히 잃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도 3700억 받을 수 있나"…26일부터 한도 없어...
헌재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마 수입을 처벌하는 조항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은 있었지만, 이번 결정은 대마 '수입'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이번 결정의 의미를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