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켓몬빵 품귀…양심도 끼워파나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16년 만에 돌아온 ‘띠부씰’의 열풍이 거세다.
띠부씰은 ‘떼었다 붙였다’의 줄임말에 편지봉투 등에 붙이는 ‘씰(seal)’을 합성한 말로, 빵을 사면 함께 주는 스티커를 일컫는다. 1990년대 한 제빵업체에서 만든 ‘포켓몬빵’에 이 띠부씰이 동봉돼 당시 초·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였는데 이제는 30~40대 어른이 된 M세대가 주요 고객층이 됐다. 구매력이 커진 이들은 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포켓몬빵을 대량 구매하며 띠부씰 품귀사태를 가속화시켰다. 제빵업체는 포켓몬빵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빵에 함께 들어가는 띠부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포켓몬빵을 판매하는 편의점이나 백화점 식품관 앞에는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가 1500원짜리 빵이 온라인상에서 서너 배 이상 값이 뛰고, 구하기 어려운 희귀 캐릭터 띠부씰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만~5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일부 소매판매점들은 포켓몬빵 판매 가격을 기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려 팔고 있다. 포켓몬빵이 인기를 끌자 판매가를 높여 마진을 남기려는 계산이다.
매출이 저조한 상품을 포켓몬빵에 끼워 판매하는 일명 ‘끼워팔기’도 성행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뻥튀기 과자 두 묶음에 포켓몬빵을 끼워 6500원에 판매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마치 8년 전 전국적으로 대란이 일었던 허니버터칩이 재연되는 듯 하다. 2014년 해태제과가 내놓은 허니버터칩은 ‘단짠’(단맛짠맛)으로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인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끼워 팔거나 웃돈을 얹어 팔아도 없어서 못 파는 바람에 ‘향이 남았다’며 허니버터칩 봉투만 파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는 금지됐지만, 경쟁제한성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포켓몬빵의 띠부씰 끼워팔기 행위가 처벌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포켓몬빵이 범죄의 미끼로 악용되는 사례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띠부씰의 인기가 장기적으로 유통업체들과 생산기업으로 어떤 악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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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의 끼워팔기는 당장 눈 앞의 이익 면에서는 순간의 쾌락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본인의 점포뿐만 아니라 가맹본부와 생산기업의 이미지까지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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