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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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욕구는 동양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쉬운 대상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말하면 백 냥 금이요. 입 다물면 만 냥 금이다’ 등의 숱한 속담에 빗대어 보면 인정욕구는 교만의 싹과 다르지 않다.


특히 스스로 인정받기 원하는 마음은 얕은 마음이고, 남이 알아주는 마음은 깊은 마음에 비견되게 마련이다. 동양에서 기를 쓰고 노력해서 괄목할 성과를 거둬놓고 찬사를 받으면, "아니에요" "별말씀을요" "과찬이십니다"라고 겸양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만 인정욕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목표 의식을 고취해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저자인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사진)는 이타주의 역시 인정욕구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모두 인정욕구를 지니며, 그로 인해 이타주의가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정받기 위해서 이타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 7일 고려대 안암 캠퍼스 법학관에서 김 교수를 만나 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서믿음의 책담] 이타주의자 김학진 교수 “남을 위한 마음은 내가 살기 위한 전략이다” 원본보기 아이콘

김 교수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이타주의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좋은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타주의를 통해 좋은 평판을 얻고 이를 통해 생존을 모색한다는 얘기다. 히틀러는 전후 낙심한 독일 국민의 인정욕구를 자극해 ‘악이라 정의할 만한 수준의 극단적 현상’을 초래했다. 히틀러는 지지자들의 인정을 갈구했고, 지지자들은 히틀러의 인정을 갈망했다. 게르만 민족을 절대우월의 선(善)으로 간주했고, 이를 토대로 타 민족을 배척하며 악행을 자행했다.


"이처럼 이타적인 이름하에 행해지는 비도덕적인 차별과 혐오에 동조하는 심리 또한 과도한 인정욕구로부터 비롯됐다." 김 교수의 설명을 듣고 보면 인간의 인정욕구는 악한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김 교수는 유전의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출생 후의 경험에 따라 뇌의 구조와 기능 또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정욕구는 표출 방식에 따라 선과 악 어느 쪽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유전으로 결정되는 보상 추구 동기의 강도보다는 방향성을 결정하는 후천적인 교육과 환경적 요소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몸 상태를 정확히 알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인정욕구가 표출되고 그걸 내가 잘 알고 있으면 그 상태에 갔을 때 조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감정은 뇌가 신체 상태를 예측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감정 발생 원인을 본인이 찾아낼 수 있을 때, 적절한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아이들의 문제시 되는 행동 이면의 원인을 찾아 해법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 교수는 "오은영 박사의 해법은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가 보기에도 굉장한 통찰력을 지닌다"며 "많은 경험을 통해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데 굉장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감정일기는 인정욕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벌써 수년째 김 교수는 감정일기를 쓰고 있다. 마음에 큰 자극이 있을 때 그 내용을 기록한다. 분노, 수치, 모멸, 질투 등의 감정을 적고 상황과 생각되는 이유를 적는다. 그런 행위 자체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 그런 데이터가 모여 자신을 분석하는 자료가 된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감정의 균형점을 찾아 넘치거나 고갈되지 않는 적정선을 유지한다. 너무 부끄러운 내용이 아니라면 아내 등 주변인과도 공유해 배려와 이해의 도구로 삼는다. 그 효과가 어찌나 큰지 김 교수는 감정일기를 본격적으로 연구해 책으로도 낼 계획을 갖고 있다.


그 결과물은 부정부패를 막고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울 수도 있다. 부정부패는 조직 안에서의 잘못된 인정욕구에서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정욕구를 갖춘다면 사회악을 예방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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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갑질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신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는데, 내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환경을 활용하다 보면 내부 환경보다 외부 환경에 더 크게 영향받게 마련이고, 그럼 쉽게 중독에 빠져들게 된다. 갑질이나 분노조절장애 역시 그런 중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인정욕구와 이타성이 반대말처럼 여겨지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타인의 인정욕구는 경쟁의 관점에서 내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타성은 도움이 되기에 인정욕구와 이타성은 다르게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인정욕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여기지 말고, 감정의 ‘균형점’을 찾는데 활용하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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