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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우리 국민들 강하다" 동대문 '러시아 거리'서 만난 우크라이나 청년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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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민간인 거주지역 폭격…사실상 민간인 학살
"러시아, 침공 중단하고 평화적 해결하라" 전 세계 전쟁 중단 촉구
'러시아거리'서 만난 우크라이나 청년 "푸틴 실수 가장 크다…국민 잘 견뎌줬으면"

서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이날(지난달 28일) 이 거리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청년은 러시아를 향해 강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전쟁 중단과 함께 자국민이 힘을 내 힘든 시간을 견뎌달라고 호소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이날(지난달 28일) 이 거리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청년은 러시아를 향해 강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전쟁 중단과 함께 자국민이 힘을 내 힘든 시간을 견뎌달라고 호소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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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우석·김정완 인턴기자] "우크라이나 국민이 강한 정신으로 견뎠으면 좋겠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침공 닷새째인 이날,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인 하리코프 민간인 거주지역을 폭격했다. 그리드 다연장 로켓, 유엔이 금지한 집속탄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속탄은 한개의 폭탄 속에 또 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는 폭탄을 말한다. 다수의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 비인도적 무기다. 사실상 민간인 학살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끔찍한 참상을 알리는 영상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도심 곳곳 사방에서 폭음이 울리는가 하면, 폭격을 맞은 아파트 밖에는 시체가 널려 있는 장면, 폭격으로 인해 불이 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우크라이나가 비명과 절규, 그리고 화염으로 휩싸인 이날 동대문 러시아·몽골 타운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골목은 서울 을지로6가, 지하철 2·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사이에 있는 거리로, 공식 명칭은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다.


1990년 옛 소련과 수교를 맺기 전후로 이 지역 출신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인들과 몽골인이 모이기 시작했으며, 사마르칸트 식당과 카페, 식료품점, 러시아 빵집 등 대부분의 상점 간판이 한글 간판보다 러시아 키릴문자로 쓰여 있다. 흔히 동대문 러시아 거리로 부른다.

외국인이 많은 거리답게 곳곳에 환전소가 있다. 사진 속 환전소 오른쪽 위 끝에 `러시아 환전소`라고 쓰여있다.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외국인이 많은 거리답게 곳곳에 환전소가 있다. 사진 속 환전소 오른쪽 위 끝에 `러시아 환전소`라고 쓰여있다.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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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적막한 모습을 보이는 거리와 달리 한 골목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우크라이나 청년은 갑작스러운 취재진의 질문에도 러시아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격정에 찬 모습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그의 표정은 지금이라도 당장 우크라이나로 달려가 소총을 집어 들고 자국민들을 지키고 싶은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말투로 "난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실수가 가장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어느 누구도 이 끔찍하고 안타까운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이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어떤 형식으로든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이제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전쟁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청년의 분노와 같이 최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는 매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다. 최근에는 재한 우크라이나인과 우크라이나 교민 등 100여명이 모여, 눈물을 흘리며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고 사망자들을 애도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외국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한 직업소개소 안내문.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외국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한 직업소개소 안내문.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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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분노하고 슬픔에 빠진 지금 러시아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러시아인을 만나고자 식품점, 마트, 직업소개소 등 광희동의 거의 모든 곳을 찾았지만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러시아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인 등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일거리를 제공하는 한 직업소개소를 찾아 러시아인을 소개받았지만, 그가 대기하고 있다고 안내받은 한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몇번이고 문을 두들기고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결국 거리에서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빠른 걸음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청년들의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 러시아 국민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반전시위가 크게 일었다가 정부의 강한 단속으로 인해, 시위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 기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이래 나흘간 반전 시위에 나선 6000명 가까이가 체포됐다.


매체는 러시아 인권단체 'OVD 인포' 발표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진격을 명령한 이래 전날까지 러시아 각지에서 반전시위를 벌이던 5942명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OVD 인포에 따르면 27일에만 러시아 57개 도시에서 2802명이 무단으로 시위를 벌였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이중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1275명이 끌려갔다. 이후 러시아 당국의 강력한 통제 조치로 인해 반전 항의 시위나 집회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24일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반전시위 참가가 불법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현장. 사진=강우석 인턴기자 beedolll97@asiae.co.kr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현장. 사진=강우석 인턴기자 beedoll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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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민들의 반전시위가 주춤하는 사이 세계 곳곳에서는 끝없는 전쟁중단 촉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전쟁 없는 세상' 등 392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전쟁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각 중단하고 병력을 철수하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교민 김평원씨는 "우크라이나에서 30년 이상 살면서 지켜본 우크라이나 영토가 이렇게 유린당할 줄 몰랐다"며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런 잔악무도한 일이 일어난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미국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를 국제형사재판소(ICC) 전범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27일 방송된 CNN 주간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언'에 출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간주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들은 침략자"라고 답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8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린필드 대사는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하고, 유엔이나 어느 곳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범 재판 여부에 관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차원에서 러시아에 책임을 묻도록 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이날 러시아의 침공이 "학살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며,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가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위에 대해 "국제 재판을 받아 마땅하다"며 "그들의 전쟁 범죄 행위들을 기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의 용감한 방위력이 없었다면 더 많은 전범 행위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 구급대원이 주거지역 포격으로 부상해 아버지(왼쪽)과 함께 앰뷸런스에 긴급히 실려온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 구급대원이 주거지역 포격으로 부상해 아버지(왼쪽)과 함께 앰뷸런스에 긴급히 실려온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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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제사회의 이 같은 목소리에도 러시아의 침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방송 시설과 제2도시 하리코프의 주거지역 등을 공격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표적인 유대인 학살 사건인 '바비 야르' 계곡 총살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 시설 인근에 있는 TV 방송 타워를 폭격하는 야만성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군이 바비 야르 추모시설 인근의 TV 타워를 공격했다. 러시아의 야만적인 범죄가 어디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TV 타워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치는 2차 대전 중인 1941년 9월 29~30일 이틀 동안 키예프 북서부 바비 야르 계곡에서 우크라이나 유대인 약 3만4천명을 무참히 학살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우석 인턴기자 beedolll97@asiae.co.kr
김정완 인턴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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