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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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근로자가 구속돼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를 휴직사유로 정했다면 보석으로 석방된 근로자의 복직신청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근로자 A씨가 경북대병원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중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휴직명령의 적법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병원에 근무하던 중 2017년 업무방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돼 2017년 2월 9일 대구지법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병원 측은 인사규정에 따라 2017년 2월 16일자로 A씨에게 휴직을 명했다. 병원 인사규정은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에는 휴직을 명할 수 있고(제31조 2호) ▲그 경우 휴직기간은 최초의 형 판결 시까지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 가능하며(제32조 제2호) ▲휴직한 직원은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복직을 신청하여야 하고 사측은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제35조 제1항)고 정하고 있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017년 4월 6일 보석허가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석방된 A씨는 2017년 4월 13일 병원 측에 복직신청을 했지만 병원 측은 "휴직 사유가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A씨의 복직신청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2017년 9월 22일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나 2017년 10월 복직했다.


이후 A씨는 "4월부터 근로를 제공할 수 있게 돼 휴직 사유가 소멸했음에도 병원이 복직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4∼9월분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A씨와 함께 파업에 나섰다가 기소유예나 벌금 약식명령 처분을 받은 노조원 5명도 참여했다.


1심은 병원이 과거 노조 쟁의 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노조원 5명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함께 소송을 낸 A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보석허가결정으로 석방됐고 재차 구속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더 이상 해당되지 않게 됐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의 복직신청을 거부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보석허가결정은 본안 판결 선고시까지의 잠정적인 석방에 불과해 보석이 취소되거나 실형이 선고될 경우 여전히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을 지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이 경우 일률적으로 근로자를 복직시켜야 한다면 나중에 판결 선고 결과에 따라 다시 휴직을 명하게 될 경우도 생겨날 텐데 이는 원고뿐만 아니라 다른 휴직자들과의 사이에서도 근로관계의 안정성을 상당히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심도 이 같은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병원 측의 복직신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의 인사규정이 휴직명령의 사유를 단순히 '기소된 때'라고 하지 않고 '구속 기소되었을 때'로 정하면서 그로 인한 휴직명령의 기한을 원칙적으로 '최초의 형 판결 시'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에는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인사규정 제31조 2호는 '구속으로 인해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를 휴직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가 보석결정을 허가받아 석방된 이후에는 이 사건 휴직명령의 사유가 소멸했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인사규정 제35조 1항에 따라 원고의 복직신청에 대해 지체 없이 복직을 명했어야 한다"며 "원고가 석방된 이후에도 보석이 취소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등으로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복직 거부 당시 피고에게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에 해당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복직 거부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휴직명령의 적법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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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법원은 A씨가 청구한 미지급 임금 중 구속 상태였던 2017년 2∼3월분에 대해서는 당시 병원 측의 휴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지만 그 결론은 정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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