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불신'에 뜬 대안투자…금감원, '150兆' 랩어카운트 집중 점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이투자(가명)씨는 D증권 소속 김자문(가명) 이사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아 2016년부터 랩어카운트 상품 투자를 시작했다. K대 동문 모임에서 시작된 양측은 친인척까지 소개하며 투자금이 10억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발생하며 손실이 확대됐고, 투자자들은 7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2019년 상품을 해지했다. 피해자들은 김 이사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라고 설명해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하며 소송에 나섰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DB금융투자에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며 20%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증권사 랩어카운트를 집중 점검한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금이 랩어카운트로 대거 흘러 들어가면서 불완전 판매 등 불건전 영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면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증권사 랩어카운트 고객수는 185만1601명, 잔고는 150조13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기준 잔고 116조원7967억원에서 33조원(28%) 넘게 늘어난 것이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포장하다, 싸다’라는 의미의 랩(Wrap)과 ‘계좌’라는 뜻의 어카운트(Account)가 합쳐진 말로, 증권사가 고객 돈을 대신 굴려주고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랩(wrap)으로 싸듯 담아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운용한다.
우리나라에선 2001년 도입됐는데 당시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어서 일반인 접근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소가입금액이 1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2019년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거액 투자자들 사이에서 랩어카운트가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투자금이 급격히 이동했다. 펀드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서 운용하는데 반해 랩어카운트는 투자자 명의의 계좌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내역이나 거래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투자 열풍으로 직접투자에 뛰어들었던 개인들이 지난해 횡보장에서 손실을 보면서 간접투자상품인 랩어카운트로 몰린 점도 한 몫을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하지만 랩은 투자자별로 맞춤형 설계돼 운용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익률이 공시되지 않는다. 소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도 허용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 하락시 손실도 크다. 사모펀드와 마찬가지로 간접투자라고 안심하며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가 있을 수 있어 불건전 영업행위나 비유동성자산 편입 등 운용상 위험요인을 중점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