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갈비탕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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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연초부터 반갑지 않은 소식이 속속 날아들고 있다. 가족이 즐겨찾는 식당의 갈비탕 한 그릇은 1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가장 많이 오른 외식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주재료인 수입 쇠고기 가격 급등으로 갈비탕 값 역시 크게 오른 것이다.


비단 먹는 것 뿐만이 아니다. 아이가 매달 받아보는 가정학습지 회사는 다음 달부터 최대 10%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에 가격 인상을 미뤄왔던 사교육 업계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맞춰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한 학원 원장은 "셔틀버스를 운영 중인데 물가와 인건비, 기름값을 고려하면 학원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치솟는 외식 물가와 함께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학원비도 줄줄이 인상되면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물가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업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조사한 결과 평균 10.6%로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를 크게 상회했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 평균 수치는 9.7%로 실제 인플레이션 보다 현격히 높았는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국제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 체감 물가가 크게 높아진 탓이다.


물가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유가와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00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유가·환율·물가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1월에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지만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에 더해 향후 물가 4%대 진입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물가다. 지난 1월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던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 관리에 대한 선제대응 주문이 쏟아졌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까지 석유류·농축산물 등 상품에 국한됐던 물가상승이 이제는 서비스로 확산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영향이 상품보다 서비스물가에서 더욱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외식비의 동시다발적 인상 움직임이 기대인플레이션의 작용과 무관치 않은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초부터 한국 경제에 위태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정치권은 추가경정예산 최대 50조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막대한 추경 편성을 강행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한은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오는 3월 대선 후 2·3차 추경까지 편성되면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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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는 미 통화긴축 정책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여느 때보다 유기적이고 정교한 통화·금융정책이 요구되는 시기라는 얘기다. 지금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 경쟁에 나설 때가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서민을 위한 선심성 공약이 되레 서민의 고통을 키울 수 있음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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