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역습]내년에도 꽁꽁 언 돈줄…카드론·저축銀까지 가뭄
2금융권도 DSR 기준 강황
실질 체감 대출 문턱 높아져
수요관리 등 근본대책 시급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직장인 박명진씨(28·가명)는 2019년 경기도 안양에서 회사와 가까운 서울 마포구에 이사했다. 박 씨는 오피스텔 전세금 1억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의 ‘중소기업 취업 전세보증금 대출’을 이용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00%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1억원, 나머지 금액은 신용대출로 채웠다. 주거비 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낸 박 씨는 최근 근심거리가 생겼다. 내년부터 HUG같은 정부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이 축소될 가능성에 갱신을 해도 대출 한도가 줄거나 금리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내년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돈을 빌릴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씨는 "대출이 안되면 반전세나 월세를 알아봐야 하는데 이 마저도 확신할 수 없어 막막한 상황"라고 토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내년에도 자금 융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열풍에 가계부채가 폭증하면서 규제 카드로 꺼내든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급전 창구로 빌리는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대출도 강화된 규제로 조여질 예정이어서 취약계층의 대출 가뭄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다음달부터 닫아놨던 대출을 일제히 재개한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린다. 우리은행도 내달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의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기존 대비 최대 0.6%포인트까지 올린다. 토스뱅크는 다음달 1일부터 신용대출 상품을 재개한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대출 총량 목표치가 재설정돼 중단된 대출이 재개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부터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 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차주 단위 DSR규제가 적용된다. 나이스평가정보가 9월 말 기준으로 금융위에 제출한 가계대출 차주 수는 총 1999만686명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보유금액 2억원 이상 263만9635명이 은행권에서는 DSR 비율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7월부터는 규제 대상자가 595만3694명으로 늘어난다.
DSR 40%가 적용되면 연봉이 5000만원인 차주는 연간 원리금 합계 2000만원까지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제2금융권까지 눈을 돌려도 2500만원이 한도다. 이미 대출을 많이 받은 차주라면 추가 대출 여력은 그만큼 더 줄어든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DSR을 강화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옥죄고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소득과 신용도가 충분한 차주에게 DSR이 벽이 된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대출 총량 목표치도 줄어들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율 억제 압박에 따라 올해(5~6%)보다 낮은 4~5%대에서 관리하게 된다. 은행 대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이용하는 2금융권에서 돈 빌리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2금융권의 업권별 평균 DSR기준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이 차주별 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기존에 대출이 있던 차주가 받을 수 있는 한도는 더욱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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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증가 상황은 금융정책이나 금융규제만으로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을 통해 추가적인 대출 수요를 관리하고, 자영업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조정 등으로 무리하게 빚에 의존하는 여건부터 바로 잡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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