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 고신용자의 설움…"점수높다고 역차별 웬 말"
금융당국 내년 대출 총량 규제시 고신용자 문턱 높일 예정
은행들도 저소득·저신용자 중심 대출 문 열고 고신용자는 옥죄기
신용점수 관리 꼼꼼히 한 고신용자들 역차별…시장기본원칙 위배 논란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기하영 기자]금융시장에서 고·중·저신용자간 대출 왜곡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고신용자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 한도를 과도하게 늘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고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는 정책 기조도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는게 당국의 입장이다. 고신용자에 대한 일시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신용점수를 꼼꼼하게 관리한 고신용자의 대출을 제한하는 것을 놓고 금융시장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고신용자를 고소득자라는 의미로 통용하면서 소득이 많지 않은 데도 신용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중·저신용자 대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고신용자 대상 신규 대출, 마이너스통장 가입을 제한하거나 대출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문턱을 높인 것이다. 시중은행들 역시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 총량을 줄이는 대신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금리가 싼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신용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역시 고신용자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는 추세다. 최근 3개월간 표준등급 1~2등급에 속하는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는 최대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지난달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표준등급 기준 1~2등급 카드론 평균금리(운영가격)는 8.11~13.48%를 기록했다. 7개 전업카드사 중 4곳이 지난 9월보다 1~2등급 카드론 평균금리가 올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며 "규제 강화에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내년 카드론 금리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집값 잡기'나 빚투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고신용자를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실수요자를 신용도와 소득에 따라 나눠 시장 질서에 맞지 않게 대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체감'일 뿐 실제로 내년에 이어질 가계대출 총량 관리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자체가 고신용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만 따져 1∼5등급은 대출을 내주지 않고 6등급부터 내준다면 역차별이겠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은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고 한도도 낮은 편이라 고신용·고소득자에게 불리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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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기본적으로 능력과 신용도에 따라 소득과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는 게 맞다"며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것은 서민들의 경우 재정 지원으로 풀어야하는데, 모든 것을 금융 지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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