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과 잡을 사람이 한패"…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쥐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LH 사태 등 비판
"감시할 사람이 이권을 노리는 이들과 한통속"
2위는 인곤마핍,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쳤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대학 교수들이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LH 사태와 정치권의 갈등, 연이은 부동산 문제 등을 비판하는 의미다.
12일 교수신문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묘서동처'가 득표율 29.2%로 올해의 사자성어에 꼽혔다고 밝혔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와 신당서'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한 지방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빤다는 '묘서동유(猫鼠同乳)'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다. 쥐는 굴을 파고 곡식을 훔쳐먹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존재인데 벼슬아치들이 부정과 결탁해 나쁜 짓을 저지르는 말을 일컫는다.
'구당서'에서는 낙주의 조귀라는 사람이 집에서 쥐와 고양이가 같은 젖을 빨고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다. 관리들은 상서로운 일이라고 했지만 최우보라는 관리만 "이것들이 실성했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각처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설명했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 중에서도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70대 인문학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을 인용하며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60대 인문학 교수는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에서 '묘서동처'를 택한 교수들도 있다. 한 40대 교수는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고 했고, 60대 사회학 교수는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투표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사자성어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21.1%)이다. 인곤마핍을 추천한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팬데믹을 유비의 피난길에 비유하며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라고 정의했다. 그 다음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각주구검(刻舟求劍·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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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2020년에 선정한 사자성어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을 가진 '아시타비(我是他非)', 2019년은 '한 몸에 두개의 머리를 가진 새'라는 의미의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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