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한국경찰학회장(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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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사무범위와 권한은 국민의 뜻이 담긴 법률에 근거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전쟁을 겪은 직후인 1953년 일본의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베끼는 수준으로 제정됐다. 1981년 현실에 맞게 전면 개정했지만 ‘인권보호’를 이유로 경찰의 권한 행사를 겹겹이 제한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1980년대 당시의 정치·경제 상황이나 경찰 위상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 쇄신 의지와 더불어 치안복지를 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담아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은 물론 아동·청소년·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업무 등으로 경찰사무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제 2020년대를 열어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정정당당하고 보다 미더운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2020년 10월에 있었던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사건(정인이 사건)에서 현장 경찰은 3차례의 아동학대 의심신고에도 불구하고 분리조치 등 아동보호 권한 행사에 주저했다. 현장 경찰이라면 학대의심 아동을 분리조치하면 친부모가 경찰을 미성년자 약취 및 직권남용으로 고소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리라는 것 정도는 잘 알기 때문이다.

경찰 업무는 긴급성, 돌발성, 위험성을 본질로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위험한 한순간이 영원한 파멸의 고통으로 직결된다. 당장의 치안현실을 보면 대다수의 국민이 이런 위험에 빠져 있다. 현장 경찰관이 긴박한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속히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소방법은 소방활동으로 타인을 사상(死傷)에 이르게 한 경우라도 소방활동이 불가피하고 소방관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정상을 참작하여 형사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공무원법도 확정판결서 등의 열람·복사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위반한 법원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공무원 면책규정을 두어 명백한 권리침해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무 중 행위와 관련하여 피소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호주 캔버라의 주취자보호법은 보호자 혹은 관리자로서의 선의에 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소추 또는 재판이나 불이익한 절차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2013년에 있었던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손실보상규정의 도입은 획기적이다. 경찰관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손실을 입은 경우 국가가 이를 보상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현장 경찰관의 적극적인 직무집행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피해를 입은 국민을 보호하는 규정일 뿐, 아직도 현장 경찰관은 연간 100여건이 넘는 악의적 고소·고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한두 명의 범법자에 대한 인권침해 방지에 지나치게 열중한 나머지, 다른 한편에 있는 대다수의 국민과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손을 놓고 있었다. 선진국으로서의 지속 가능한 창의와 혁신 역시 안전과 질서의 탄탄한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 형사책임 감면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경찰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경찰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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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한국경찰학회장(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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