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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미성년은 안 돼"… 리얼돌 수입 불가된 이유

최종수정 2021.11.27 10:46 기사입력 2021.11.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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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다."


지난 25일 대법원은 사회적 논란을 빚은 리얼돌(사람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의 수입에 대해 사실상 첫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성인 여성을 형상화한 리얼돌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던 법원이 미성년 리얼돌에 대해서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규정했다.

불과 한달전, 대법원은 김포공항 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해 달라"며 한 리얼돌 수입업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해당 리얼돌을 세관법상 금지 수입 품목인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은 그 모습이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성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면서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대법원에 올라온 리얼돌은 지난달과 달랐다. 머리 부분의 분리가 가능하고 머리를 제외한 크기는 약 150㎝, 무게는 17.4㎏이며 미성년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수입업체는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 및 크기를 가진 남성용 자위기구"라며 "실제 신체의 형상과 다르고 인체의 세세한 특징이 표현돼 있지 않아 형상, 재질, 특징을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2심도 "이 사건 물품이 이전 제품보다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 그 형상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볼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리얼돌의 길이와 무게, 얼굴 부분의 인상 등에 비춰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로 봤다. 특히 "이 사건 물품을 예정한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을 언급하며 제305조 제1항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강간 등의 예에 의해 처벌하고 같은 조 제2항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도 강간 등의 예에 의해 처벌하도록 규정, 위 죄는 설령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성립하는 바 19세 이상의 성인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법상 처벌대상에 해당된다는 논리도 폈다.


가상의 표현물이라 하더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의 지속적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고, 또한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세관당국과 여성가족부, 국회 등이 수입이 불가능한 리얼돌의 유형에 관해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다른 재판에서는 리얼돌이 체험방 등 유사 성매매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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