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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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The Voice) 블라인드 오디션은 참가자 외모에 대한 편견 없이 심사자(코치)들이 노래만 듣고 결정하는 경연대회다. 11년 전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전 세계 145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유엔(UN) 회원국이 193개국이고 맥도널드가 122개국, 스타벅스가 83개국에 프랜차이즈를 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당초 TV로 중계된 이 프로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의 흥미를 준다.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사용자가 취향에 따라 편집할 수 있어 예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세상의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언젠가 티베트의 민요를 듣고 분명 우리의 창(唱)과 같은 뿌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전통노래도 마찬가지였다. 보이스 프랑스에서 관객이 숨을 죽인 가운데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한 여성의 높은 음의 노래는 마치 인류 문화의 씨가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상식과 달리 여성은 이성적이며 남성은 감성적인 모습을 많이 본다. 심사자들 가운데 여성은 노래를 끝까지 듣고 판단하려 하나 남성은 호기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북유럽의 한 채널에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산 것 같은 젊은이가 느릿느릿 노래를 불렀을 때 눈물을 글썽이던 남성 심사자들은 흐느꼈다. 노래 제목에서 짐작건대 한때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떠올렸을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보이스에서 귀여움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컸을 법한 어리고 작은 소녀가 겁먹은 얼굴로 ‘밤의 여왕’을 시작했을 때 안쓰러웠다. 그러나 점차 모든 것을 압도한 목소리는 마치 이 어린이의 미래가 열리는 문소리 같았다. 보이스를 통해 유명해진 10대 시각장애 소녀는 자신의 뮤직 비디오에서 코로나19에 지친 세상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다. 맑고 순수한 목소리는 마치 ‘앞을 보지 못하는 저도 있잖아요. 힘을 내세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는 예외 없이 이민자 출신 심사자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유명인사다. 피부색이 아닌 가진 돈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세상에서 패자로 떠밀린 사람들이 느꼈을 좌절과 분노는 왜 글로벌 세계의 중심부에서 외국인을 배척하는 자국우선주의가 대두됐는지 짐작하게 한다.


대니 로드릭은 ‘세계화의 역설’에서 높은 수준의 세계화, 민주주의, 국가권력은 병립할 수 없으며 단지 양립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로드릭의 주장과 달리 디지털 기술은 두 세계를 공존하게 했다. 그러나 세계화와 국가권력 간 갈등은 두 세계가 긴장하고 대치하게 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때 많은 나라가 뿌린 돈은 주조권을 독점한 국가가 충분히 돈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믿는 현대 화폐이론(MMT)의 산물이다. 내재가치가 의심 받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국가권력에 반발해 천장을 뚫었다.


인간의 호기심이 디지털 기술 진보를 이끌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 진보는 초연결사회를 주도했다. 기술 진보의 동기를 생각할 때 국가권력이 초연결사회, 나아가 세계화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SNS에 보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 혐오, 선동은 디지털 기술이 이룬 초연결사회의 비관론의 키워드다.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 사태로 페이스북 주가가 폭락한 것은 시장규율이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증거다. 따라서 공익을 희생해 사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두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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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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