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폐허에서 부흥 일궈낸 'K-농업기술' 세계 곳곳서 러브콜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각국서 호응
아시아 8개국 아프리카 7개국 등 22개국에 센터 마련
2009년부터 개발도상국 현지에 전문가 파견 기술 개발·보급
척박하고 비좁은 땅에서
농업선진국 발돋움한 노하우 갖춰
현지 다양한 악조건 속에도
맞춤형 '적정기술' 전수로 성과
[전주=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비좁고 척박한 땅에서, 전쟁의 폐허에서 기술농업의 부흥을 일궈낸 ‘K-농업기술’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현지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은 세계시장에서 확인된 우리 농업기술의 다른 이름이다.
KOPIA는 2009년부터 아시아 8개국, 아프리카 7개국을 비롯해 중남미와 중앙아시아 7개 나라 등 개발도상국에 농업기술 전문가를 파견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실증·보급하는 사업이 골자다.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농업선진국으로 일어선 한국의 남다른 체력과 노하우에 국제협력개발(ODA) 사업의 옷을 입힌 것인데, 주무 기관인 농촌진흥청은 현재까지 전 세계 22개국에 거점(KOPIA 센터)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별 기술개발에만 3년= KOPIA는 여타 ODA 사업과 마찬가지로 현지에 가장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장기 프로젝트다. ▲기술개발 ▲농가실증 ▲시범마을 도입으로 이어지는 각 사업단계마다 보통 2~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최근 협력국에서의 잇따른 성과로 국내에서도 그 필요성과 의미가 확인돼 관련 예산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까지 90억원대에 머무르던 KOPIA 관련 예산은 2017년 109억원으로 늘었고, 이후 매년 조금씩 증가해 올해 기준 173억원 수준에 이른다. 지난 5년간 총 670억원가량이 해외 개도국의 농업기술 개발에 쓰였다. 국가별로는 평균 7억~8억원 수준의 다소 빠듯한 살림이지만, 농업기술 분야의 ODA 사업을 기준으로는 독보적 규모다.
국가별로 재배할 농작물이나 기술은 모두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협력국 정부와 협의해 사무공간이나 작물재배 시험용 농지를 무상으로 받고 우리는 소장급을 비롯한 전문가를 장기파견한다. 21개국(미얀마 협력 중단)에 매년 소장과 전문가, 연구원 등이 연간 40명 안팎 규모로 파견된다. 특히 소장급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까지 해당국에 머무르며 고락을 함께 해야 한다. 농진청의 KOPIA 사업이 진정성을 가지는 이유도, 각국 정부가 감사의 상장을 건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악조건 이겨내는 ‘적정기술’에 초점= 한국의 농업기술, 더 나아가 KOPIA센터 유치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는 러브콜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6월 진행된 한-중미통합체제(SICA) 정상회의 결과인 공동선언문에서, 스무번째 항목에 농업 관련 협력이 담긴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시 공동선언문을 살펴보면, ‘양측은 한-중남미 농식품 기술협력협의체(KoLFACI)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 개량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특히 내년도 KoLFACI 4차 총회를 계기로 디지털 농업, 탄소중립 등 농업기술 협력 확대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고 적혀 있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미국·중국 등 농업강국과 비교해 한국 농업기술이 가진 강점은 ‘적정기술’이다. 현지의 여건과 환경에 맞는 농업 시스템을 개발하는 동시에, 부족한 인프라와 현지 농민들의 수용태세를 감안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가면서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좋은 농업기술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기계·경제인프라·운용인력·교육시스템·유지보수 역량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하며 경제적 폐허 속에서도 단기간 농업선진국으로 발돋움해 주곡(쌀) 자급자족의 성과를 거둔 한국의 이력에 개도국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기계화로 요약되는 농업의 최전선에 있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온갖 악조건을 ‘이겨낸’ 여력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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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철 농진청 기술협력국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한국이 생산량, 초정밀 기술 측면에서는 최고가 아닐 수 있지만, 수요국 입장에서는 그보다 최적화된 ‘적정기술’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지리적·기후적 특성상 다양하고 광범위한 기술 스팩트럼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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