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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더미위성은 다 녹지 않았나?"…누리호, ICBM 실험설 논란[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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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1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발사를 주관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합니다.


▲ 왜 위성모사체는 타버리지 않았나?

누리호는 이번 발사에서 마치 ICBM과 유사한 비행 궤적을 보였습니다. 당일 오후5시 정각 발사돼 나로우주센터 상공에서 정남쪽으로 방향을 튼 후 고도 700km까지 올라갔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죠. 그러나 누리호에서 분리된 위성 모사체는 3단부 로켓 엔진 연소가 원인 미상의 이유로 46초 일찍 꺼지면서 가속도가 붙지 못해 제 궤도에 진입하지 않고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와 호주 남쪽 350여km 해상에 떨어졌습니다. 총 비행거리는 약 8100여km로 알려졌습니다. 비행 궤적과 거리만 놓고 보면 우주발사체가 아닌 ICBM이 발사됐었다고 해도 이상한 게 없을 정도로 유사합니다.


특히 대기권 진입시 다 타버릴 것으로 여겨졌던 위성모사체가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ICBM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대기권 탈출 후 재진입하는 기술인데, 고온에도 타지 않고 내부를 보호하는 첨단 소재ㆍ설계 기술과 절묘한 자세ㆍ방향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한국이 사실상의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누리호에 비행종말시스템이 부착돼 있었다는 점도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미사일에서 최종 타깃과 진입 각도, 탄두 폭발 시점 등을 결정하기 위해 장착된 '종말유도' 시스템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여기에 해외 언론들의 보도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직후 발사된 점, 최근 격해진 남ㆍ북 군비 경쟁 등을 이유로 한국이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사실상의 ICBM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이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이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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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우연 "전혀 사실 무근"


그러나 항우연 측은 'ICBM 실험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누리호 위성모사체가 타버리지 않은 이유는 마지막 위성 궤도 진입에 실패한 이유와 같다고 설명합니다. 누리호는 마지막 3단부 로켓의 조기 종료로 위성궤도 진입에 필요한 속도인 초속 7.5km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에 분리된 위성모사체도 충분히 가속도가 붙지 않아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고, 대기권에 진입한 후에도 마찬가지로 비교적 저속도로 떨어지면서 다 타지 않은 채 잔해를 남겼다는 것입니다. 항우연 측 관계자는 "ICBM은 재진입을 위해 탄두 및 재진입체가 녹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며 "우리는 그런 기술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위성모사체가 타 타버리지 않은 채 호주 남쪽 해상에 떨어진 것은 추락 속도가 그만큼 늦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비행종말시스템에 대해서도 미사일의 종말 유도 기술과는 전혀 다른 기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만약 누리호가 제대로 발사되지 않은 채 추락하거나 공중 폭발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문제 상황 발생시 엔진을 중지시키고 추진제 탱크를 절단해 폭발력이 높은 연료ㆍ산화제를 배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발사된 시점도 10여년간 로켓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정해졌을 뿐, 직전 단행된 북한의 SLBM 발사나 남북 군비 경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누리호가 액체 엔진이라서 발사를 위해선 수시간 전부터 연료 주입 등을 위한 노출이 불가피해 ICBM 등 무기용으로 적합하지 않으며, 순수한 우주 발사체로만 개발됐다는 게 항우연의 설명입니다.


ICBM과 우주발사체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대기권 탈출을 위한 로켓 엔진 기술은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고체ㆍ액체 등 연료 종류가 다르고,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과 위성의 궤도 진입 등 목표와 필요한 기술의 차이가 큽니다. 우리나라에선 국방부가 고체연료를 이용해 2030년까지 대기권 탈출 가능한 로켓을 개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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