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10주년' 설문조사

'성과 내기 힘들다' 문항에 10명 중 9명 고개 가로 저어
“남성보다 빨리 퇴사할 것” 54.4%가 "그렇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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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여성이니까 안 돼." "여자가 어떻게 공판에 설 수 있어."


우리나라 첫 여성 외과 전문의인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이 의대 수석 졸업 후 외과에 지원했을 당시에, 또 여성 검사 1세대인 조희진 전 검사장이 공판에 나섰을 당시에 각각 들었던 이야기다. 실력으로 이미 자신을 입증한 이들을 막아 설 사유는 ‘여성’이라는 것 이외엔 없었다.

여성 외과 전문의도, 여성 검사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여성을 향한 암묵적 편견이 남아 있다. 여성 리더는 정말 남성 리더에 비해 결단력과 추진력이 떨어질까. 리더가 여성이면 성과를 내기 힘들까. 그리고 여성들은 이 같은 편견들을 그저 감내해야만 할까.


25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10주년’을 맞아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수도권 거주 25세 이상 직장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응답자들은 이 같은 편견에 강하게 반대했다. 여성을 향한 주요 편견을 10개 문항으로 좁혀 각각의 동의 여부를 묻자, ‘그렇다’는 응답이 ‘아니다’는 응답보다 높은 문항은 단 1개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실제와 다르다고 답변한 문항은 무려 8개에 달했다.

[여성포럼10주년]'결단력·추진력 떨어진다' 女향한 편견에 93% "아니다" 원본보기 아이콘

◇"추진력 떨어진다"에 93%가 반박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에 비해 결단력과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문항에 대해 응답자의 93%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여성이 조직의 리더를 맡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문항에도 10명 중 9명 이상(90.2%)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7년 차 직장인 김은정씨(34)는 "여성 특유의 강점인 소통과 조율이 ‘결단력이 없다’로 평가절하되는 것이 아니냐"며 "이 과정을 거쳐 더 강한 추진력을 얻어 성과를 낸 경우를 많이 본 내 입장에선 가장 말도 안되는 편견 중 하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리더가 여성이면 조직의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문항의 경우 ‘그렇다’는 응답이 10.6%에 그친 반면, ‘아니다’는 90%에 육박했다. 대기업 과장급인 40대 신상욱씨는 "회식이 필수였던 시대에서 남겨진 인식, 편견이라고 본다"며 "조직 결속력은 리더의 성별보다는 전체 구성원들의 자질, 스타일과 직결된다"고 반박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 같은 편견에 ‘아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사회초년병 연령대인 25~29세 응답자 층의 경우, 여성 리더가 ‘결단력과 추진력이 떨어진다’ ‘조직 결속력이 떨어진다’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잘 못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그렇다’는 비율은 높아졌다. 50대와 60대 이상 응답자는 4명 중 1명 꼴로 여성 리더가 결단력과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동일 연령대에서 2명 중 1명은 남성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잘 못한다고 했다.


여성을 향한 편견 10가지 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문항은 ‘여성은 내·외부 사정으로 인해 남성보다 빨리 퇴사할 것’이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인 54.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59.6%로 가장 높았고, 30대, 40대, 60세 이상에서도 50% 이상이 이에 동의했다. 사회 초년병인 25~29세에서도 10명 중 3명 꼴인 31.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짊어지는 출산, 육아, 가사노동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약 150만명에 달했고, 이들 중 42.5%는 육아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또 다른 데이터로도 여성의 빠른 퇴사가 확인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상장기업 2149개사의 성별 근속연수 격차를 살펴본 결과, 여성의 근속연수는 8.2년으로 남성(12.2년)보다 훨씬 짧았다.


◇"결혼·출산 불이익 최소화해야"

응답자들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지 못하는 걸림돌로 ‘여성에게 편중되는 출산·육아·가사노동의 책임’(77.6%·중복응답)을 첫손에 꼽았다. 연령대별로는 생애주기상 출산·육아·가사노동 부담에 직면한 30대의 응답률(82.4%)이 가장 높았다. 이어 60세 이상(78.9%), 40대(75.3%), 25~29세(75.0%) 순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은 "자녀 양육세대인 40대 이하 여성들에게서 '출산·육아·가사노동의 책임' 응답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사회전반적으로 묵인되는 성차별적 대우’(40.4%), ‘직장 내 남성에게 유리한 승진시스템’(37.6%) 등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5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성 스스로의 성취 의식 부족'(25.0%)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25~29세 응답자 100명 중 2명이 성취 의식이 부족하다고 답변한 반면, 50대 응답자는 4명 중 1명이었다.


이 같은 걸림돌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은 결혼과 출산에서 오는 불이익부터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의 의식변화’(25.8%), ‘제도개선’(11.4%) 등의 범사회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여성의 스스로의 의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8.4%를 차지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과 보육에 따르는 부담을 과감하게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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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는 어떻게

아시아경제신문은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10주년’을 맞아 전문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여성 리더십 인식 조사를 했다. 조사는 지난 12~14일 수도권 거주 25세 이상 직장인 여성 500명(표본수)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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