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 '탄소세' 논의 본격화…예산정책처 "새로운 세제 검토" 연구 착수
EU 등 탄소국경세 대응하는 탄소세 모색
이재명 "탄소 발생 안 줄이면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없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국회예산정책처가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에너지 세제(稅制) 개편 연구 작업에 착수했다.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비전이 확산되고, 한국에서도 법제화되는 등 흐름에 맞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일부 대선 주자들이 탄소세 도입 공약을 내놓고 있어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탄소 중립에 따른 에너지세제 발전 방향 연구' 외부 용역 입찰 공고를 통해 "최근 ‘2050 탄소중립’이 글로벌 의제화되면서 에너지 믹스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에너지 관련 세제의 개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의 에너지 세제는 시장가격을 조정해 에너지 소비 구조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교정적 기능을 갖는다. 예산정책처는 "친환경 에너지 소비 증가를 유인하면서도 안정적 세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에너지 세제 개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기존 에너지 세제 체계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과 탄소세 등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발전용 에너지 소비 구조 변화와 전기·수소차 증가 등을 반영하고 산업동향 분석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별 세입 전망을 한다.
탄소세의 경우 기존 에너지세제와의 관계 설정,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유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운영되는 다른 제도와의 관계를 고려한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이 연구 목표 중 하나다.
또 유럽연합(EU) 등 탄소국경세에 대응하는 탄소세 부과 방안도 모색한다. 탄소국경세는 해당 지역이나 국가에 수입되는 제품 중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의 생산품에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다. 탄소세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예산정책처는 연구 기간을 5개월로 잡고 있어 내년 3월 대선 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산정책처는 국회의 예산과 결산 심의를 지원하고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기관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여당이 행정부보다 강한 주도권을 강조하고 있어 탄소세 도입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대선 주자 중에서는 이 지사가 적극적이다. 그는 최근 '전환성장' 공약을 발표하면서 "탄소 발생을 줄이지 않으면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없다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 중이지만, 저탄소사회 진입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탄소세를 부과해 탄소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겠다. 탄소세수의 일정부분은 산업전환 지원에 사용하여 저탄소 그린산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로 불리는 기본소득 재원으로도 일부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기후변화 대응 공약에서 "탄소세, 탄소관세 등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탄소세 신설을 공약하고 있다.
기업의 부담 등 우려도 적지 않다. 백수연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탄소세 부과 시 석유화학, 철강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률 하락 및 탄소 저감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의 증가 등이 예상되므로 고려가 필요하다"면서 "탄소세 도입 시 초래될 수 있는 역진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저소득층에 대한 탄소세 감면, 탄소 세수를 활용한 저소득층 지원 등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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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회는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목표보다 9%포인트 감축 폭을 더 키운 것이다.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것은 세계에서 1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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