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해군 함정 부품, 3D프린팅으로 만들어 쓴다
생기원·해군, '감속기 주축' 생산해 1년반 동안 정상 운용에 성공
보수 기간, 주문 대비 6분의1 줄고 예산 20분의1로 감축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도입된 지 오래 돼 부품이 단종된 해군 함정이 고장났을 때 3D프린터를 통해 긴급하게 부품을 제작해 정상 운행하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은 금속 3D프린팅 기술로 해군 주력 함정의 동력계 핵심부품인 '감속기 주축'을 보수하고 이를 함정에 다시 장착해 1년 6개월간 해상에서 정상 운용하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생기원에 따르면 해군 함정 등 무기체계의 수명은 보통 30~50년인 반면, 부속 부품의 수명은 4~7년으로 짧아 주기적인 부품 교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기 체계가 점차 노후화되면서 단종된 부품이 천 가지가 넘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요구돼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방부에서는 부품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전시에 손상된 부품을 긴급 제작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금속 3D프린팅 기술’ 도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번에 생기원이 3D프린팅으로 긴급 제작한 감속기 주축은 고속으로 돌아가는 엔진의 속도를 낮춰주고 토크(Torque)를 제어해주는 역할을 한다. 진동이 잦고 하중을 크게 받아 노후화 될 경우 결함이 발생하기 쉬운 부품이다. 길이가 1.8m에 달하는 대형 부품이라 신규 주문제작 시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비용도 6000만원 가량으로 매우 비싸다. 무엇보다 결함이 발견된 해당 함정의 경우 부품 조달이 완료될 때까지 출동 불가 상태로 정비창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성지현·오호진 생기원 스마트제조기술연구그룹 박사 연구팀은 안석 해군정비창 사무관 팀과 함께 2020년 1월 금속 3D프린팅 기술 중 하나인 ‘DED(Directed Energy Deposition)’ 공정을 활용해 결함 부위에 이종 소재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부품 보수작업을 단기간에 끝냈다. 용접과 유사한 원리를 가진 ‘DED 공정’은 레이저 빔을 부품 표면에 선택적으로 쏘아 금속 분말을 녹여 쌓는 방식이다.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 적층할 수 있어 손상된 기계 부품 보수에 적합하다.
이번에 활용된 생기원의 DED 기반 보수기술은 2016년 3D프린팅제조혁신센터 설립 이후 쌓아온 3D 적층설계, 공정 최적화, 물성평가 분야의 기술들과 노하우가 집약돼 있는 시스템 기술이다. 품질과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 동력계 대형부품 보수에 적용된 것은 국내 최초 사례다.
보수된 감속기 주축은 함정에 장착돼 1년 6개월 동안 운영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어떤 결함도 발생하지 않아 동력계 노후부품에 대한 DED 기반 보수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해줬다. 특히 수리 기간의 경우 주문 제작과 비교해 6분의1 수준인 1개월로 줄였고, 그 비용도 20분의1 수준인 300만 원이 소요돼 국고 절감에 도움이 됐다.
해군은 이달 내로 보수 부품에 대한 부대 운영 평가를 완료하고 품질 보증 심의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적용 기술에 대해 원양 경비 또는 순양 훈련 중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정비 상황에서도 유용한 현장 보수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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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생기원 박사는 “이번 사례는 3D프린팅 보수기술의 현주소와 뛰어난 신뢰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기존 하우징(Housing) 부품에 국한됐던 기술의 활용 영역을 크게 확장시켜줬다"며 "앞으로 해군 및 국방부와 협력해 단종되거나 조달 애로를 겪는 동력계 부품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추가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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