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고 설립자 손자 재임용 거부… 학교법인 상대 손배소 승소
서울의 한 사립고 설립자 손자가 교장 재직 후 평교사 재임용을 거부당하자 부친이 명예 이사장인 학교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930년대 설립된 이 학교는 정치인 등 유명 인사를 다수 배출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신종열 부장판사는 A고교 전 교장 김모씨가 학교법인 B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인은 재산상 손해배상과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1628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또 "김씨가 교사로 임용되면 연 급여 7540여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실을 인정된다"며 "복직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이 금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했다.
김씨는 A고 설립자의 손자이자 명예 이사장의 아들로 1996년 이 학교에서 재직했다. 2012년부터 교장으로 임명된 그는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해 2월 학교에서 당연 퇴직을 통보하자 평교사 재임용을 신청했다. 법인은 이사회를 개최해 김씨의 교원 임용을 부결했고, 김씨는 당연 퇴직 처리됐다.
김씨는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3월 서울시교육청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위는 같은 해 7월 "임용권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부당하다"며 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그런데도 법인은 김씨의 재임용을 거부, 서울행정법원에 소청위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김씨는 평교사로 임용되지 못하면 받지 못한 급여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김씨 측은 법정에서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친인 명예 이사장의 비위 문제를 제기한 데 보복으로 교사임용이 거부됐다"며 "이러한 형태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씨의 문제 제기로 김씨 부친과 회계담당자들은 2019년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법인 신용카드 사적 이용 등 일부 회계 부정이 적발돼 검찰에 고발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인 측은 "소청심사결정만으로 교사임용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김씨의 교사임용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를 형성해 거부한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인이 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소청위 결정에 따른 교사임용심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진행하지 않아 교원임용신청자의 법적 지위에 불안정을 초래하거나 불안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형태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은 단순히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데 그치지 않고 고의로 김씨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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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인은 앞서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청위 결정 취소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담당 재판부인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지난달 판결 선고에서 "법인이 합리적인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심사 없이 김씨의 임용을 거부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법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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