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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경찰도 막지못한 마포 감금살해 사건…왜 저항조차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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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안모씨(20)와 김모씨(20)가 22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안모씨(20)와 김모씨(20)가 22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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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감금 당한채 34㎏의 저체중 상태로 숨진 20대 남성 A씨는 세달 가까이 가혹행위를 당하는 동안 이렇다할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가족의 실종 신고와 고소, 소극적이나마 경찰의 수사도 이어졌지만 그는 친구라는 가해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피의자 2명 중 1명과 고등학교 동창사이였다. 피의자끼리는 중학교·대학교 동창 관계로 지난해 6월 이후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지방에 살던 A씨는 서울에 연고가 없어 지난해 7월 이후 이들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종종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부터 피해자에 대한 폭행은 시작됐다. 이들은 ‘A가 노트북을 고장냈다’고 주장하며 폭행을 이어갔다. 결국 경찰에 임의동행돼 지난해 11월 가족 품으로 돌아갔지만 올해 3월31일 다시 만난 피의자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향했다. 두 사람이 A씨를 데려올 때는 낮 시간이었기 때문에 A씨는 순순히 따라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강제로 데려온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장기간 폭력에 노출되면서 피의자들과 심리적 지배-복종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에도 구조를 요청하지 못하는 심리 상태로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범죄는 피해자들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피해기간이 길고 적발과 처벌이 어렵다.


경찰은 안씨 등이 피해자 A씨를 감금한 시점을 4월 1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A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이달 13일까지 약 석 달 동안 피해자를 갖은 방법으로 학대했다. 이 기간에도 A씨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기회가 있었다. 피의자들의 강압으로 인해 A씨가 경기도의 한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에 두차례 나갔을 때다. 이때 피의자 중 한명이 동행하긴 했지만 바깥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경찰은 정서적 학대 상태와 협박 등으로 A씨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태였을 것이라고 봤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A씨를 괴롭히는 모습을 지속해서 촬영했으며, 지난달 말까지 학대 행위를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찍었다. 경찰은 "고인의 명예 탓에 자료의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여러 강요·학대 상황이 담겨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 2명은 특가법상 보복혐의를 적용해 전날(22일) 검찰로 송치됐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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