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업체 1Q 역대 최대 실적…작년부터 이어진 수급 불안정
국내 택배 늘고 中 수요 급증…골심지값 반년만에 40% ↑
직격탄 맞은 박스업체…원지값 올라도 일부만 단가 반영
8월 원지값 20% 인상 소식…추석 앞두고 2차 대란 예고

한 공장 직원이 골판지 상자를 밴딩 기계로 묶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표현과 무관함. [사진 = 아시아경제DB]

한 공장 직원이 골판지 상자를 밴딩 기계로 묶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표현과 무관함.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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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대구 달성군의 골판지 제조업체 A사는 지난 2월 생산설비를 증설해 생산능력을 기존 45만t에서 52만t으로 늘렸다.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국내외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A사는 올 여름 한차례 더 생산설비를 증설해 총 60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A사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물량이 같이 늘어 2년 전 예측했던 수요보다 훨씬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면서 "업계 호황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상자(박스)제조업체 D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고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지사에서 골판지 원지(골심지)를 추가로 공급받지 못해 기존 고객사의 수요도 제대로 소화하기 벅찬 상황이다. D사 관계자는 "시세에 웃돈을 줄 테니 박스를 공급해달라는 업체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주문을 받지 못했다"면서 "올 여름 장마가 길어지면 골판지 단가 인상이 당연한 수순이라 원자재 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골판지 대란’에 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택배 물량은 물론 중국 수출물량까지 급증하며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제지사에서 골판지를 공급받는 박스업체들은 연일 커지는 사업 불투명성에 울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골판지 값 인상과 불안정한 수급이 원인이다.


골판지 원지 업체…역대 최대 실적

태림페이퍼, 아세아제지, 삼보판지(대림제지) 등 국내 주요 골판지 생산업체들은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아세아제지의 1분기 매출액(2186억원)과 영업이익(369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22.6%, 10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림제지의 매출액(406억원)과 영업이익(90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43%, 182.2% 늘었다. 비상장사인 태림페이퍼 관계자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택배 물동량이 급증하고 중국 수요도 만만치 않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2020년도 국내 택배시장 실적’을 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33억7000만개로 전년(27억9000만개) 대비 21% 가량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중국으로의 골판지 수출액이 19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늘었고, 2018년(249억원)과 비교해서는 664% 급증한 것으로 집계했다.


골판지 원지 시장이 초호황기를 맞자 전주페이퍼, 페이퍼코리아 등 신문용지 기업들은 초지기(종이를 만드는 기계)를 개보수해 속속 골판지 생산에 뛰어들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골판지 수입량 증가세는 국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문용지 등은 시장이 제한적이라 관련 업체가 아예 골판지 생산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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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에선 환호성, 다른 편에선 곡소리

그렇다고 업계 전체가 호재를 맞은 것은 아니다. 골판지 원지를 사다가 박스를 만드는 중소업체들은 "골판지 공급량이 부족한 데다 값도 치솟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골판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박스를 생산할 수 없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되면서 채산성이 떨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골판지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두 차례나 인상됐다. 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골판지 원지 가격은 지난해 11월 t당 35만원에서 43만원으로, 지난달에는 49만원으로 올랐다. 불과 반년 새 원지 값이 40% 가량 뛰었다. 업계에서는 추석을 앞둔 올 8월쯤 원지 값이 20% 내외로 한 차례 더 인상된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문제는 박스제조업체들이 원지 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골판지 원지 값이 40% 오르는 사이 박스 단가는 15~20% 오르는데 그쳤다는 게 관련 업계의 얘기다.


황청성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박스업체 1800곳 정도가 5대 주요 제지사에서 골판지를 공급 받지만 공급가 인상 시 협의 없이 일방통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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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안정한 수급도 악재다. 국내외 수요는 연일 급증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대양제지 안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공급망에 구멍이 뚫렸다. 대양제지는 국내 골판지 생산량의 약 7%를 차지했지만 화재로 초지기 2대를 모두 소실하며 생산을 중단했다. 대란은 일단락됐지만 수급 불안정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농수산물 배송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추석까지 겹치면 2차 대란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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