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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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인력의 법칙을 확립한 근대과학의 선구자 아이작 뉴턴은 당대의 뛰어난 금융투자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1720년 9월 남해버블(South Sea Bubble) 붕괴로 말년에 큰 손실을 봤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광기는 헤아릴 길이 없다"던 400년 전 뉴턴의 한숨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요즘의 가상화폐 광풍 그 이후가 어떨지 떠올려보면 말이다.


가상화폐는 미리 정한 컴퓨터 프로토콜에 따라 발행되는 자산으로 그 누구의 궁극적 부채도 아니다. 발행자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저 값이 오르리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있을 뿐이다. "내재가치를 확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비트코인의 미묘함 덕분에 광팬들에게는 어떤 가치도 그럴싸해 보인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의 언급은 정곡을 찌른다.

무릇 모든 자산 광풍에는 각종 불법행위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실제로 가상화폐 사업자가 난립하고 유사수신·불공정거래와 사기 등이 횡행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주무부처도 미정이고 관련 법률도 미비하다.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2021.3)과 투자자 주의를 환기하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21.4) 외에는 지난 반년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지난 4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는 금융위원회의 대처 미흡이 지적됐다. 이날 금융위원장의 답변에선 다음과 같은 금융당국의 방어논리가 읽힌다. 가상화폐는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므로 '투자자보호라는 관점에서 들어'가면 되레 '투기 열풍'을 자극할 위험이 있고, 투기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 개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설득력 없는 논리다. 작금의 버블은 남들 따라 상승장에 편승하려는 개인들이 규제 공백 속에 점점 더 우르르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손실 보상이 아니라 불법·사기로부터의 투자자보호다. 이는 투기 조장이 아니라 시장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런 점은 해외 감독당국의 경험에서 쉽게 확인된다. 일례로, 영국 소비자보호감독원(FCA)은 2년 전부터 가상화폐 가운데 증권형 토큰을 기존 증권에 준해 규제함으로써 감독의 일관성을 확립하고 투자자를 보호해왔다. 그런 FCA가 지금도 투자자들을 향해 "투자금 전액을 날릴 각오를 해야 한다"며 수시로 경종을 울린다. 애초의 가상화폐시장 진흥에서 투자자보호를 위한 감독 강화 쪽으로 최근 이행한 일본 금융청도 좋은 참고사례다.


이런 해외 동향을 정부(특히 금융위)가 모를 리 없다. 결국 정부에게는 가상화폐를 감독하려는 정책 의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었다고 판단된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의 수수방관을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세간의 지적대로, 정부의 이번 무대응이 부동산 폭등으로 애꿎게 벼락거지로 전락한 청년·서민층을 달래려는 정치적 셈법의 묵시적 표현인가.


현행 금융감독은 정치에 완전히 예속됐다. 그런 동안 우리 사회의 금융질서는 크게 문란해졌다. 통화정책과 마찬가지로 금융감독도 정치로부터의 독립이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행이 다시 금융감독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는 금융안정에서 중앙은행의 통합적 역할을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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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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