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열린지 몰라 불출석"… 대법, 전 여친 아파트 침입 남성에 파기환송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헤어진 여자친구의 아파트를 침입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공소장을 전달받지 못한 그가 불출석 상태로 유죄가 선고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상고권회복을 청구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재심청구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3일 대법원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상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2019년 A씨는 밤늦게 헤어진 여자친구 B씨의 아파트를 찾아가 집 앞을 돌아다니거나 계단에 숨어 있는 등 주거지를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온 C씨에게 들켜 도망치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마주치자 "네가 뭔데 끼어드느냐"며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당시 B씨는 A씨의 행동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였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B씨의 신변보호 요청으로 여러 차례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고도 같은 범행을 반복해 B씨가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며 "C씨와는 합의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 등 양형사정들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재판은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소환장을 송달받진 못했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재판이 있음을 통지받고도 '법원에서 온 서류를 받지 말라'며 소환을 계속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1심 법원은 A씨에게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소환장을 공시송달(법원 관보에 내용을 게재해 소송 당사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해 재판을 진행했다. 2심 재판부도 A씨가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열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이를 뒤늦게 알고 상고를 제기할 기간을 넘겨서 '공소장 등을 송달받지 못해 재판이 열린 것도 모르고 있다가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상고권회복청구를 했다.
이에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1·2심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한 것"이라며 "원심 판결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1항에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주식은 세금 안 내는데" 내년부터 年 250만원 넘...
현행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1항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다면 해당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날(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재심청구를 못 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