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원율 못 채운 대학 정원 감축…미이행땐 재정지원 중단
올 대입정원 유지되면 2024년 입학인원 10만명 부족 위기
올해도 신입생 4만명 미달…전문대·비수도권 충원율 저조
재정위험대학 3단계로 나눠 시정 이행 안되면 폐교명령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 위기에 봉착한 대학들을 위해 5개 권역별 유지충원율 기준을 만든다. 대학들의 자체 조정 계획을 받아 기준에 못 미칠 경우 감축을 권고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학부-대학원 간 정원조정 비율을 개선하고 모집유보정원제, 동일 법인 대학 간 정원 조정을 허용하는 등 ‘당근’도 제시했다.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은 한계대학에는 구조조정을,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에는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통해 올 8월 자율혁신 대학으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2024년까지 대학혁신지원 사업비를 받으며 내년 3월까지 적정규모화 개혁을 포함한 자율혁신 개혁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원 내외를 포함한 총량 관리방안을 마련하게 되며 내년 하반기에는 자율혁신 대학을 대상으로 유지충원율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지출을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입생 4만명 미달… 비수도권·전문대가 더 심각
교육부에 따르면 3월 기준 2021학년도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총 4만586명이 미충원됐다. 미충원 인원이 발생한 대학은 비수도권이 75%였고 유형별로는 전문대가 59.6%를 차지했다. 일반대보다 전문대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지역의 충원율이 더 저조했다. 신입생 충원율은 △수도권 일반대(99.2%) △비수도권 일반대(92.2%) △수도권 전문대(86.6%) △비수도권 전문대(82.7%) 순이다. 신입생 충원난이 심화된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초저출산이 본격화한 2000년대 출생자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입학가능자원도 급감했다. 올해 대입정원 47만4000명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24년 입학인원(37만3000명)이 10만명가량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대학엔 폐교명령, 재정지원대학엔 자율감축 유도
교육부는 하반기부터 대학 결산자료를 평가해 재정위기 수준에 따라 위험대학을 3단계로 구분해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회생이 불가능한 경우에 폐교명령을 내린다. 폐교·청산을 위해 체불임금을 우선 변제할 수 있는 청산융자금 지원, 폐교자산·매각을 위한 통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에 대해서는 적정한 정원 기준을 세우게 하되 5개 권역별 유지충원율도 만든다. 유지충원율이란 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말한다.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이라도 기준에 미흡한 경우 감축을 권고한다. 지역 여건과 자체 정원 조정 규모 등을 고려해 권역별로 30~50% 대학에 감축을 권고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반재정지원을 중단한다. 유지충원율 기준은 내년 5~6월 중 공개되며 2023년부터 정원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차관은 "수도권 우량대학의 경우는 유지충원율 문제는 없겠으나 글로벌 경쟁을 해야하는 대학들은 대학원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정원 외 전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수도권대학으로 쏠리는 현실은 수도권 대학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정원 외 전형도 총량 관리 대상에 포함한다. 올해 정원 외 전형 신입생은 4만5000명이었는데, 이 중 수도권 소재 대학 입학생이 절반을 차지했다. 아울러 정원 외 전형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도록 일부 전형에서는 정원 내 선발로의 전환·개선도 추진한다. 다만 교육 여건이 양호한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회배려대상자나 외국인전형 등은 정원 내로 흡수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작업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정원 내는 유지충원율 기준으로 정원 관리를 하고, 정원 외는 별도로 전체적으로 정원 외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이나 일부전형에 대해서는 정원 내로 흡수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학부 정원 비율 개선, 모집유보정원제도 시행
대학들이 요구해왔던 정원 조정을 유연화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대학에 학부와 대학원 간 정원조정 비율도 개선한다. 현재는 대학원 석사 정원을 1명 늘리려면 학부 정원 1.5~2명을 감축해야 한다. 올 하반기 중 시행령을 개정한 후 비율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동일 대학 법인 간 정원을 조정해 학과개편이 가능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전문대와 일반대를 운영하는 법인에서 중복 학과를 통합시켜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입학정원 일부 모집을 유보하도록 허용하는 ‘모집유보정원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한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며 (감축 실적에 반영할 때) 일정 비율만 인정하고 모집 유보 후 되돌릴 때 요건은 10월에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직업교육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대학이 성인학습자 전담과정으로 정원을 전환하면 일정 비율을 정원 감축 실적으로 인정한다.
재정 확충 방안도… 국립대 재정지원 확충·연합대학 지원
대학들의 재정확충을 위한 일반재정지원 확대·개편, 세제감면확대, 교육용 기본재산 임대허용 완화 등을 추진한다. 국립대의 경우 수도권 대학이나 국립대 법인 수준으로 재정지원을 확충하고 운영 자율성·책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연내 ‘국립대학법’ 제정을 추진한다. 국립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공동교육혁신체제(연합대학)’ 구축을 지원하고 대학별 특성화 분야를 기반으로 학사를 공동운영할 수 있게 지원한다. 권역 내 국립대들이 공동 발전전략과 대학별 특성화계획을 수립해 학사구조 개편이나 기능을 재조정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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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들이 재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부 정원 감축에 부정적인 이유도 재정 때문인데 충원율 지표를 재정지원에 연계하거나 정원을 줄이면 지원하겠다는 것은 결국 제로섬에 불과하다"며 "상당수 지방대들이 사립대인데 대책에 국립대 지원책만 포함돼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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