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세계는 지금 백신전쟁이다. 눈에 보이는 총과 화약은 없지만 바이러스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세계가 백신 수급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역시 전쟁이라면 예외는 없었던가. 자국 이기주의, 백신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양육강식의 논리가 접종률 경쟁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부자 나라의 백신 사재기를 ‘세계의 도덕적 실패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 백신을,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개발·생산하는 국가다. 백신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보도되는 이스라엘의 경우 코로나 데이터 제공 조건으로 화이자 백신을 우선 공급받는 것이 가능했다.
백신 전쟁에서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스프트니크V 백신 공장을 갖고 있어 위탁생산이 가능하고 노바백스의 기술 이전과 국내 생산을 준비 중이다. 한국에 모더나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전 국장은 아시아의 백신 허브로 한국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국내 백신 개발의 상황도 살펴보자. 5개 국내 회사들이 1·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이르면 올해 후반기 3상 임상까지 진행되고 긴급 승인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양한 변이바이러스 출연과 면역력 지속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백신 3차 추가 접종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백신 자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희망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백신 자존감은 상대적으로 미약하기만 하다. 외국 대사관을 방문했을 당시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한국인들은 선진국이자 전도 유망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는 지금 당장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차라리 자책하고 비난하기에 앞서 왜 정부가 백신을 좀 더 빠르게 수급하지 못했는지, 무엇이 바뀌어야 좀 더 과감하게 확보하고 개발할 수 있을지 정부에 묻고 대안 제시를 요구하자.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은 반복되는 감염병 시대에 대한민국을 감염병에 강한 국가로 만드는 데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다.
5월의 시작이다. 6월까지 1200만명의 백신 물량이 들어와 국민 23%에 대한 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제 효율적인 백신 접종을 위한 예방접종시스템 점검과 폐기량을 최소화하는 노력, 그리고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부작용 발생 시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상할 수 있는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일용직, 특수고용노동자처럼 시간 내기 어려운 분들까지 접종에 임할 수 있도록 백신 인센티브제, 백신휴가제 도입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미 접종받은 의료진과 국민들께서 대국민 접종 캠페인으로 미접종자들에 대한 백신 격려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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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코로나19 2년째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기대 수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 어쩌면 끝나지 않고 더불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바이러스와 인류가 공존하는 생태계 안에서 인간의 삶이 부디 다시 인간다워질 수 있도록 뉴노멀의 시대를 위해 시민들이 다시 한번 그 능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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