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살인 등 5개 혐의 적용해 김태현 구속기소

피해자 근무일정 확인하고 휴가까지 신청…치밀한 계획범죄
온라인게임서 만난 이후 연락 차단되자 범행 결심
심리분석 결과 '극단적 방법으로 분노 해소' 반사회적 성향 드러나
법 시행전이라 스토킹범죄 처벌법은 적용 어려워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에 앞서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에 앞서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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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현(25)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경범죄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27일 김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 차례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40분께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의 집을 찾아 상품 배달을 가장해 문을 열게 했다. 당시 집에는 A씨의 동생만 있었다.


김씨는 동생이 문을 열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해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동생을 살해했고, 오후 10시 9분께 귀가한 어머니까지 살해했다. 이어 오후 11시 30분께 마지막으로 귀가한 A씨마저 살해했다. 김씨는 과거 A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노출된 택배 관련 내용을 보고 A씨의 집 주소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범행 이후 A씨의 휴대전화에서 A씨와 자신이 공통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A씨와 나눈 대화를 확인하고 이들을 차단하기도 했다. 그는 범행 전 A씨를 협박해 휴대전화 잠금 패턴을 알아냈고 집에 있는 컴퓨터도 켜 A씨의 SNS에 접속, 자신과 관련한 대화내용 및 친구목록 등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같은 달 25일 피해자의 지인으로부터 "친구와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숨진 세 모녀와 자해를 시도한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입원했었고 이후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됨에 따라 지난 2일 체포됐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계획 범행…연락 차단되자 "후회할 짓 하지 말랬는데" 문자


김씨는 범행 나흘 전부터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피해자의 근무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등 범죄를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평소 사용하던 계정이 아닌 다른 계정으로 게임에 접속해 A씨에게 접근해 그의 동선을 파악했다. 김씨는 인근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상품 배달을 가장하기 위한 박스와 범행 후 갈아입을 옷까지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일 이후로 근무지에 휴가까지 신청하고 자신의 휴대전화 대화 내역과 연락처 등도 사전에 삭제했다. 그는 범행 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김씨와 A씨는 지난해 11월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됐으며 이후 이 게임과 관련한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김씨는 올해 1월 실제로 A씨를 두 차례 만났다. 같은 달 23일엔 게임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을 포함해 총 4명이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가 갑자기 신경질적인 언행을 하는 등 돌발행동을 하자 A씨를 포함한 이들은 김씨의 연락을 차단하고 회피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김씨는 A씨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A씨를 만났으나 찾아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A씨가 만남을 거부한 이후에도 그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거나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 등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A씨가 미처 자신을 차단하지 않은 채팅 어플을 통해 A씨에게 욕설과 함께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안타깝다. 잘 살아봐” 등 위협적인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A씨는 결국 전화번호를 바꿨고 김씨는 연락이 불가능하게 되자 앙심을 품고 A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검찰 "반사회적 성향 있으나 사이코패스 아냐…심신장애 정황도 없어"


이달 9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보완 조사와 통합심리분석, 전문수사자문위원 자문, 디지털포렌식 등을 진행했다. 김씨의 범행 방법 및 범행 전후 행동과 진술 태도 등을 볼 때 심신장애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검찰은 결론 내렸다.


심리분석 결과와 자문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낮은 자존감과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과도한 집착, 피해의식적 사고, 보복심리 등을 가지고 있었다. 또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극단적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려는 반사회적 성향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의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 결과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에 해당하진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 앞서 경찰은 김씨의 범행 전후 사정과 범죄 심리 등을 분석해 "반사회성 등 일부 특성이 나타나긴 했으나,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릴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김씨를 면담한 자료 등을 토대로 그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분석했고, 이렇게 판단 내렸다.


검찰은 김씨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아직 법 시행 전이라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이 법은 오는 10월 21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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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초동 단계부터 노원경찰서와 강력범죄전담부 사이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송치 즉시 유족에 대한 피해자지원 절차를 개시하고 장례비 및 유족구조금을 신속히 지급하는 등 피해자 지원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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