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란 점 중 하나는 한국전쟁이 미국에서 가지는 상징성이었다. 미국 도시 곳곳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참전비와 함께 한국전 참전비를 만날 수 있다.
수도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는 물론 각 주의 중소 도시에서도 한국전 참전비가 있다. 기자가 거주하는 뉴저지주에도 포트리, 저지시티, 애틀랜틱 시티 등 곳곳에서 한국전 기념비를 보게 된다. 우리에게는 점점 잊혀 가는 전쟁이지만 오히려 미국 사회에서는 추모의 모습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한국전 참전비를 만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차에서 잠시 내려 70년 전 우리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전사자들의 이름을 들여다보곤 한다.
미국을 전 세계의 리더 국가로 만든 2차 세계대전은 미국인들에게 명분이 있었던 전쟁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수많은 이민자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참전했다. 한국전은 다르다. 생소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3만6000여 명의 미국 젊은이가 희생했다.
마침 한국전 발발 70년인 지난해 미국 건국 이래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간 이어지며 약 57만 명이 사망했다. 백신 보급이 늘어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 수백 명이 사망 중이다.
미국에 있는 우리 공관장들은 지난해 동맹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마스크, 진단키트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실려 왔다. 그리고 미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봉사대원들에 전해졌다. 지난해를 회상해 보자. 한국산 마스크 한 장이 그들에게는 지금의 백신과 같은 희망이었다.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가장 많이 개발하기도 했고 효능도 가장 좋다고 정평이 났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산 백신을 받고 싶어한다. 한국도 당연히 그렇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치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백신만큼은 쉽사리 양보하지 않았다. 이해도 간다. 57만 명이 사망했다. 우리도 그들의 아픔도 헤아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잡음이 들린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희망하는 ‘쿼드(Quad)’ 가입을 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백신을 줄 이유가 없다고 한다.
한국은 70년의 관계를 맺은 미국의 동맹이다. 함께 피를 흘린 관계다. 변할 수 없는 역사다. 미국이 지원한 국가 중 이처럼 성장한 국가는 우리뿐이다. 앞으로의 70년, 100년이 중요한 관계다. 쿼드는 극히 최근의 일이다. 심지어 쿼드 국가인 인도는 핵 보유, 베트남전에서의 월맹 지원 등 여러 이유가 겹치며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과거도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는 인도의 적국인 파키스탄과 오히려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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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은 70년 혈맹의 자격으로 당당히 백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상황도 우리가 구매하기로 한 백신과 순서를 바꾸자는 ’백신 스와프‘ 정도의 요구는 할 수 있게 전개되고 있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동맹에 대한 양보를 받아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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