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전장의 부름’을 다시 받은 철도
철도가 전술의 핵심이 된 마지막 전쟁은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에서 철도의 역할은 컸다. 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는 동안 철도는 수많은 피난민을 수송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병력과 물자를 옮기며 나라를 지키는 역할에도 일조했다.
그 와중에 철도 영웅의 활약도 빛났다. 미 제24사단 사단장 ‘윌리엄 F 딘 소장’ 구출 작전 중 순국한 김재현 기관사와 수천 명의 피난민을 구한 보성역 여운홍 역무원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끝으로 국지전과 소규모 분쟁이 주가 된 현대전에선 ‘철도 수송력’의 역할은 줄었다. 특정시설과 요인을 제거하는 제한전, 다국적군을 지원하는 대리전으로 전쟁의 양상이 바뀌면서다. 핵무기, 생물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 무기가 전쟁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도 전쟁에서 철도의 역할비중이 줄어드는 배경이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산발적 군사충돌이 전쟁의 전형으로 굳어지던 과거와 달리 현재 인류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코로나19 발생 3개월 만에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억5000만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전쟁 기간 동안 남·북한 사망자 수에 지난 15년 동안 이어진 베트남전쟁 사망자를 더한 것과 맞먹는다. 특정지역을 봉쇄하고 속전속결의 국지전으로 코로나19를 제어하길 바랐던 세계인의 기대가 순식간에 무너진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현재 전시에 준한 태세로 코로나19에 맞서 국경봉쇄, 이동제한, 생필품 및 의약품 보급 등 감염증과의 사투에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각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철도 인프라의 수송력과 공공성을 다시 주목한다. 철도가 다시금 전선의 최전방에 서게 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이용객이 줄면서 철도수입 역시 1400조원 가량 급감한 상황에서도 유럽 철도기관은 방역을 위한 시간과 인력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응급 병원열차와 화물열차로 환자 비상수송과 방역용품 수급난 해결을 도왔다.
주목할 점은 세계 철도가 코로나19 대응전략을 공유하며 합동 방어전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국제철도연맹(UIC) 등 철도관련 국제기구가 한국철도의 대응사례를 모범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철도는 하루 2회 역사 내 방역과 KTX 최소 4회 객실 소독 등 선제적 방역활동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대구에서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당시부터 전국 의료봉사자들이 무료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일명 철도가 ‘의료봉사 열차’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2월~올해 4월 의료봉사 열차로 감염증 전선에 투입된 봉사자는 줄잡아 1만46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한국철도는 해외입국자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자택 등 목적지로 안전하게 이동해 자가격리 할 수 있도록 KTX 전용칸을 마련해 운영하기도 했다. 해외입국자 전용 칸을 이용한 인원은 현재까지 총 16만5800여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최근 인류가 백신과 치료제를 무기로 감염병에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한국철도는 ‘제일 먼저 뛰어들고 마지막까지 남는다(First In, Last Out)’는 정신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절실히 바라고 있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철도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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