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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투자의견은 유지입니다."


최근 내 주식은 자꾸 떨어지는데 증권사 리포트에 나온 답답한 투자의견이다. 유지하라거나, 중립이라거나 영어로 홀드(Hold)로 적기도 한다. 어찌하면 좋을지 답 없는 답이다. 특히 지난해 집값 상승과 증시 초호황에 '벼락거지'로 전락해 증시에 뛰어든 '주린이(주식 초보자)'들이라면 답답함은 더욱 클 것이다. 꼭 주린이가 아니더라도 증권 활동 계좌 수 4000만 시대(19일 기준)에 이런 리포트를 본 국민이라면 "그래서 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라는 불만을 한 번쯤은 터뜨릴만하다.

리포트의 탄생 배경을 알면 매도의 실종을 이해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리포트는 일종의 안내서다. '상장사'를 '집'이라고 보고 '증권사'를 중개 수수료를 받는 '공인중개사'로 본다면 리포트는 일종의 투자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수수료가 최저치에 맞춰져 있지만 증권사의 비중 있는 수입원 역할을 했던 때도 있었다. 이 때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상장사를 소개하기 위해, 즉 영업 촉진을 목적으로 냈던 게 리포트인 것이다.


특히 상장사와 증권사의 관계는 일종의 갑을 관계로 볼 수 있다. 증권사의 수입의 상당 부분은 법인 영업에서 나온다. 또 증권사 연구원이 담당 종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상장사에 잘 보일 수밖에 없다. 상장사 입장에서 주가를 내리는 리포트를 쓰는 연구원에게 정보를 줄리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표현하자면 집 주인 입장에서 "물이 샌다"거나,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공인중개사에게 집을 보여주거나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매도 리포트를 쓰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거나 '연락두절'을 당했다는 연구원들이 있다고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매도 리포트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 중 매도 리포트는 한 건도 없었다. 투자의견을 하향한 리포트는 327개에 불과했지만 그 중에서도 매도는 없었다. '비중 축소' 투자의견을 낸 용자(용감한 자)가 2명 정도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증시에 미친 영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2만2030개)은 투자의견을 '유지'로 잡았다. 주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이례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놓는 상황에서도 차라리 리포트를 내지 않을지언정 '매도'를 외친 리포트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리포트를 보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처사다. 전문가들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근거, 그러니까 숫자들은 분명 투자하는데 있어 가치가 있다. 또 매도 리포트가 없는 이유를 뒤집어 본다면, 리포트가 없거나 뜸한 종목에 대한 투자는 더욱 신중하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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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을 하자면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자유롭게 매도 의견을 제시한다. 외국계 증권사는 외국인 투자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매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13개 증권사가 전체 리포트의 15% 정도에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도 이들처럼 매도를 외친다면 어떨까. 당장 영업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는 더욱 커질 것이다. 투자 결정의 근간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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