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미래 당겨보기]삶의 미래, 지속가능한 미래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사람들의 욕망과 믿음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을 읽는 잘 알려진 틀은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이다.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5단계로 구성된다는 이론이다. 하위 2단계 즉 생리적 및 안전의 욕구는 주로 의식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이다. 그 위의 상위 3단계는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필요한 규범, 즉 믿음을 제시하고 있다. 매슬로의 이론은 인간의 성장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한편 미래 전망에도 도움이 된다. 인간 집단, 사회는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이 되면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믿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으로서 인간마다 5가지 욕망의 정도와 그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집단으로서 인간 또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욕망의 대상과 방법이 바뀐다. 욕망을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재물 또는 권력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욕망을 누르는 것이 행복하다는 믿음을 추구한다.
산업사회의 욕망 충족의 기준은 풍요였다. 욕망은 상품으로 충족될 수 있고, 그 상품을 얻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했다. 풍요의 기준은 ‘더 많이, 더 넓게, 더 빠르게’였다. 상품은 넘쳐났고, 더 많은 사람과 물자를 더 멀리 더 빠르게 보냈다. 사람들은 더 많이 갖는 것을 사회적 인정, 존경과 성공, 자아실현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렇게 인류는 유례없는 풍요의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풍요는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78억명 인구의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는 결국 지구온난화와 환경 및 생태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속적 경고는 더 이상 경고가 아닌 수십 년 후 실현될 인류의 위기라는 각성이 커지면서 지속 가능성은 인간의 욕망과 믿음을 새롭게 규정하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큰 흐름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욕망과 믿음을 읽을 수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 등의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사이에 새로운 지속 가능성 트렌드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50%, 전기차 대수가 900%, 지속 가능성 채무보험이 1000%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육류를 대체하는 단백질 소비가 85% 증가하고, 식물성 육류는 10년 내에 14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몬드 우유와 같은 식물성 음료의 시장 가치는 130억달러에서 매년 1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 가능성 관련 소비자 제품은 이제 다른 브랜드보다 거의 6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 소비자의 73%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소비 습관을 바꿀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인의 수는 미국에서 600% 증가했다. 프랑스는 물론 독일과 폴란드에서는 2017년에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채식 식단을 따랐다. 세계에서 채식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네덜란드로 17%에 달하고 있다. 한국도 채식인구가 2008년 15만명 수준에서 2018년 약 150만명으로 10년 동안 10배가량 증가했지만, 여전히 2~3%대의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동물 복지와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에 대한 믿음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살펴본 것이 주로 의식주에서 의(의복·치장)와 식(먹거리)이었다면, 지속 가능한 삶의 또 다른 측면인 주(주거)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주거의 풍요 기준은 넓은 공간, 높은 스카이라인 조망, 다양한 문화 시설을 누릴 수 있는 입지 등이다. 산업사회의 고층 빌딩이 성공의 상징이듯 주거도 이 기준을 따랐다. 특히 한국의 아파트 문화는 더 극단으로 치우쳤다. 5층 아파트는 15층으로 재건축되고, 다시 35층으로 재건축되면서 동일 땅 면적에 주거 면적이 2~3배가 되면서 부동산 가격도 2~3배 뛰었다. 층고 규제 완화라는 특혜가 부를 늘려주는 장치로 작동하고 부동산 공급 확대 논리로 정당화된다. 스카이라인, 조망권이라는 공공의 재산은 높은 빌딩, 비싼 집이 누리는 특권으로 이전된다. 부와 인구는 수도권 도심으로 더 몰리고 양극화는 심화된다. 이러한 주거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주거 문화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다. 사람들이 대도시의 도심에서 변두리로 주거지를 이전하고 있다. 높은 인구 밀도에서 낮은 인구 밀도로, 인공물이 많은 지역에서 녹지가 많은 지역으로, 자동차로 이동하는 지역에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지역으로 사람들의 주거 선호가 바뀌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고령화가 가져오는 생리적 욕구와도 관련이 있다. 넓은 지역에 상업지구와 주거지구로 구획, 분리돼 있고 자동차로 이동하는 주거, 도시 공간은 노령층이 살기 좋은 공간이 아니다. 노령화될수록 활동 반경은 좁아지고, 근거리 이동 중심의 생활로 바뀐다. 근거리에서 먹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치료와 돌봄을 받으며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된 주거 공간이 최상의 주거 조건이다. 이미 고령화된 유럽 등의 도시가 15분 내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영유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의 영향 이전에 고령화가 가져온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시켰을 뿐이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5.7%인데, 20년 후인 2041년에는 33.4%로 인구 셋 중 한 명이 노인이 되고, 27년 후인 2048년에는 37.4%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의 부동산 정책에 20년 후 노령화된 사회, 인구 감소 사회의 주거 대책은 없다. 부동산 폭등의 대책인 35층 아파트는 20년 후 노령 사회의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미래의 삶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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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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