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사태가 전 스포츠계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굳이 학생 선수와 일반 학생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학폭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이슈화된 지 오래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선후배와의 합숙 훈련이나 단체 생활은 폭력에 순응하게 하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대물림 현상, 즉 폭력의 왜곡된 사회화 과정을 겪으며 이러한 구조가 공고화 돼왔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초중고 학생 선수 6만여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응답자의 14.7%가 코치나 선배로부터 신체 폭력을 경험했고, 폭언이나 욕설 등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5.7%를 차지했다. 이러한 폭력에 노출된 학생 선수 중 79.6%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에 대해 보복이 두려워서 또는 대처 방법을 몰라서라고 응답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스포츠를 국위를 높이는 도구로 활용한 시기가 있었다. 공부는 포기하고 운동만 하는 엘리트 체육 환경은 이렇게 조성됐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지도자와 선배들의 체벌, 군대식 훈련 방식은 어느 정도 용인됐고 이는 스포츠 현장에서 갑을관계가 고착화하는 계기가 됐다. 구조적 병폐 속에서 선수들은 폭력이 싫고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운동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낮은 자존감을 갖도록 학습됐다.
일부 스타 선수들은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국민적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학생 선수들과 실업팀에 소속된 다수의 선수는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과거의 구조 속에 갇혀 있다. 지도자의 말을 한 점 의심 없이 수용하고 ‘내가 잘못해서 맞는 거야’라는 인식을 내재화한다. 생애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에 경기 실력이 서열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지도자, 지도자의 암묵적인 묵인하에 괴롭히는 선배 선수들, 권력에 복종하게 하는 폐쇄적인 구조는 지금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 학습권은 선수들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발판이다. ‘학생 선수 인권 보호 강화 방안’ ‘학교체육진흥법’ 등을 통해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인권 보호를 위한 조례를 시행 중이나 아직도 담임이 누군지도 모르는 선수가 많다. 이런 법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지도자의 인식 개선 교육 또한 필수적이다. 스포츠계 지도자 대부분은 본인의 선수 시절 경험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관행이 지금은 맞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정기적인 인문학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지난해 출범한 ‘스포츠 윤리센터’에 인문학 강좌를 개설해 의무 수강하도록 해서 선수들의 자존감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 스스로 ‘나의 몸과 마음은 내가 지킨다’라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전체가 이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데 체육계는 아직도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체육계 전체의 자성과 교육이 절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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