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작년말 9000억달러 포함땐 美 GDP의 13% 맞먹는 규모
올 7% 경제성장 전망 나오지만 화폐가치 하락·물가 급등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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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바이든의 커다란 도박(Biden’s big gamble)’.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약 2155조원) 경기 부양법을 다룬 메인 기사의 제목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법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법에 서명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두 대통령이 승인한 경기 부양 지원 규모는 2조800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3%와 맞먹는 규모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7%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미국 정부는 재정 적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달러화가 대량으로 풀리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부양책의 파장은 미국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역효과가 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코노미스트는 도박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부통령 바이든’이 배운 교훈= 이번 부양책 통과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치적 성과다. 그는 취임 전부터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뜻대로 경기 부양법을 통과시켰다.


바이든이 대규모 부양법을 밀어붙인 이유는 2009년 부통령 시절의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이듬해 2월17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경기 부양법 규모는 7870억달러였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고 약 1주일 만에 하원이 819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부양 규모가 너무 크다는 반발이 있었고 진통 끝에 부양 규모는 7870억달러로 확정됐다. 당시 경기 부양 규모가 작아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됐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당시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경기 부양법안 규모가 작았다는 지적이 이번 경기 부양 규모가 커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는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2008년 경기 침체와는 그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대응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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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비트코인으로 몰리는 돈=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저신용자에 대한 무리한 대출이었다. 끊임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많은 이가 빚더미에 앉았고 장기 수요 부진이 이어졌다.


반면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위험은 크지 않다. 일단 위기가 진정되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미국 소매판매 지표로 이미 증명됐다. 지난해 12월 승인된 부양법만으로 미국인들은 정부로부터 1인당 600달러를 받았다. 이후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5.3% 급증했다. 당시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 1.1%를 크게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 호주머니에 최대 1400달러를 추가로 채워줬다. 미국 가정의 85%가 현금 지급 대상이다. 성인 자녀에게도 지급이 되기 때문에 4인 가족 기준으로 최대 5600달러(약 636만원)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실업급여와 각종 세금 환급금(크레딧)을 합하면 가구당 지원금이 3만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원금 중 상당 부분은 주식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체방크가 최근 미국 개인투자자 4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34세 연령층은 응답자의 절반이 지급받을 현금의 50%를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풀린 지원금 중 상당 부분이 소비보다는 저축과 자산투자로 향하며 자산 버블과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미국 가계 순자산은 사상 최대인 130조2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말에만 6조9000억달러(5.6%) 늘었다. 2020년 순저축은 28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직전 최고치였던 20018년의 두 배에 달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수치는 경제 회복의 불균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저축이 크게 늘었으며 수많은 미국인이 집이나 주식을 샀다"고 지적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급등도 결국 막대한 유동성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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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4% 넘어설 수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을 비롯해 부양책을 지지하는 이들도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단기에 그칠 뿐이고 통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금 물가보다는 고용 정상화가 더 중요하다며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로런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학교 교수(전 미 재무부 장관)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풀리며 물가 상승 압박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도 "올여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를 넘을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서는 4%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재정 적자 급증도 불안 요인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부양법이 올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재정 적자를 1조1600억달러 더 늘리고, 내년 회계연도에도 5285억달러의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올 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1조달러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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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정 적자 증가는 달러화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들어 가상통화 비트코인의 가격이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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