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OO 수사관인데…" 보이스피싱 더 심해졌는데…피해자 눈물 여전
보이스피싱, 지난해 서울서만 9000건·2228억원 피해
최근 '정부지원금 활용' 보이스피싱 등장하기도
'대면편취형 사기'의 경우 피해구제 제도 없어
[아시아경제 김초영 기자] #1. 지난해 10월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정부지원금으로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 대출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며 피해자에 접근해 20차례에 걸쳐 총 2억962만원을 뜯어내 조직에 전달했다.
#2. 지난달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는 정부기관을 사칭해 "정부지원금 대상자에 선정됐다"며 접근한 뒤 피해자가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주민번호와 직장명, 주소, 계좌번호 등을 입력하게 했다. B씨는 피해자의 대출 상황을 확인한 후 "더 저렴한 대출을 받으려면 대출을 상환하라"며 가상계좌를 건내 입금하도록 시켰다.
최근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정부지원금으로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거나 정부지원금 지원 대상자에 선정됐다고 속인 뒤 휴대전화 해킹을 통해 개인정보 탈취와 송금을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생계가 어려워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주요 피해자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행 수법이 지속적으로 지능화·고도화되면서 서민들의 피해 규모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액은 △2016년 1468억원 △2017년 2470억원 △2018년 4040억원 △2019년 1257억원 △2020년 7600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검거된 인원도 △2016년 1137명 △2017년 1221명 △2018년 1452명 △2019명 1513명 △2020년 2177명으로 지난 5년간 7500명에 달한다.
특히 범죄 유형에 따라 계좌 추적이 어려워 범인을 검거하거나 피해 금액 회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계좌이체형 사기'의 경우 피해자가 금융기관에 지급정지와 같은 각종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는 반면 '대면편취형 사기'는 피해구제 제도가 없다. '대면편취형 사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의 보호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법은 '전자금융범죄'를 계좌 이체·송금으로 한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금품이나 통장을 가져다주는 대면편취형 사기의 경우 특별법 적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대포통장(사기금융계좌)을 이용한 '계좌이체형 사기'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이체한도를 제한하고 신규 통장 개설 절차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를 실제로 만나 현금을 건네받는 '대면편취형 사기'가 급증하고 있어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에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 내부에서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일 박호전 전북경찰청 수사2계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보이스피싱, 제도적으로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게시글에서 박 수사2계장은 자신을 "보이스피싱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경찰관"이라고 소개하며 "보이스피싱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금리 대환대출 요구와 정부기관 사칭해 범죄 관련성 확인 등의 이유로 계좌이체를 요구하거나 현금을 인출해 현금수거책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1년간 수천억원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전 국민이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을 방치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선해 보이스피싱 범죄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재난문자와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매일 보이스피싱 예방문자를 보내고, 금융감독원을 통해서 다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112로 일단 신고해 경찰이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요즘 은행에서 몇천만원 현금 인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시키는 대로 은행에서 수천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는데 그냥 인출해주는 은행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금융기관의 노력과 협조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면편취형 사기' 피해자들은 그간 피해구제 제도의 부재로 금융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아 금융기관이 이러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금융기관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최전방에 있는 만큼 보이스피싱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면편취형' 사기의 경우 ATM의 출금 한도로 인해 피해자가 창구에서 피해금을 인출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해 직원이 피해자를 대면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수상함을 감지하는 경우 고객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처한다면 보이스피싱 범죄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국회에서도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보이스·메신저 피싱은 한참 전부터 심각한 범죄로 거론됐지만 아직까지도 피해의 규모가 매우 광대하게 나타나고 있고 급기야 자살하는 사례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보이스·메신저 피싱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이스·메신저 피싱 범죄는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국정원, 과기부,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모두 힘을 합쳐 근본적인 대안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만 집계된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000억원을 넘기자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은 물론 피해회복을 돕기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2021년 법무부 주요업무 계획'에 따르면 법무부는 서민다중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피해회복에도 나선다. 보이스피싱·다단계 등 조직적 사기범죄의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범죄피해재산환부 제도의 본격화가 대표적이다. 또한 범죄피해재산환부시스템 구축, 전담직원 대상 교육 등으로 재산은닉 및 도피 등도 조기 차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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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관계자는 "약자를 배려하고 기회 균등을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질서 구현을 위해 이에 맞는 입법정책을 추진해 민생에 힘이 되도록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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