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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25번째 부동산 대책, 시장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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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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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폭탄’을 예고한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도 벌써 2주가 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간담회에서 ‘특단의’, ‘획기적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고 정부 부처는 발표 당일 ‘역대급’ 규모라며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책 발표 후 집값 상승세가 줄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언급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라디오와 방송 등에 잇따라 출연해 "이익이 되니 토지주나 조합이 사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25번째 대책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2·4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아파트 매수심리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심지어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2월8일 기준)는 한국부동산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치였다. 경기가 조사 이후 최고 수치를, 서울은 지난해 8·4 공급대책 발표 직전인 7월 13일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부동산원 조사에서 수도권 아파트값은 0.33% 올라 3주 연속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특히 서울은 0.09% 상승, 대책 발표 전인 올 초(0.06~0.07%)보다 오히려 상승폭은 더 컸다.


사장에서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적고 32만3000호를 공급하겠다는 2·4대책도 당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해법이 되지 못한단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는 지난달 무려 55억원(전용면적 196.84㎡)에 팔리며 작년 8월 같은 면적 종전 최고가인 49억3000만원을 5억7000만원이나 경신했다.

구체적인 공급 시기와 부지 등이 빠진 공수표 대책 탓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주택 매매 자체가 얼어붙는 ‘거래절벽’ 현상도 만연하고 있다. 여기에 ‘풍선효과’로 인한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은 물론, 재산권 침해 논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현금 청산 우려로 사업 후보지 내 빌라 거래가 급감하고, 민간 브랜드 아파트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신축 아파트 호가가 급등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주요 공공택지 개발 과정 곳곳에서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부동산 포비아(공포증)’만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란 문구는 흔히 사업가나 수험생 등 도전에 있어 무운·건투를 비는 이들에게서 자주 인용된다. 사실 성경 욥기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가게 개업식 단골 표제이기도 하다. 완벽한 반의어는 ‘용두사미(龍頭蛇尾)’다. 시장은 ‘사상 최대’, ‘역대급’이라는 표현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83만가구라는 물량보다 어디에, 어떻게, 어떤 주택을 공급하겠느냐는 점이 가장 관심사다.


벌써 25번째 대책이다. 이제는 시장도 지쳤다. 2·4 대책이 가시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부디 시작과 끝 모두 창대하길 기원해본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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